
투명한 유리창과 방음벽 등 도심 속 인공 구조물에 부딪혀 폐사하는 새가 국내에서만 하루 2만 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류 피해가 해마다 늘어나는 만큼 서울에도 해외 주요 도시처럼 '조류 친화 건축'을 제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서울연구원이 발간한 '서울시 조류 충돌 피해 저감을 위한 인공 구조물 설치 지침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환경부 통계(2018년) 집계에선 국내에서 매년 약 800만 마리의 조류가 인공 구조물과 충돌해 죽고 있다. 이 중 95.5%가 건축물과 투명 방음벽 등 구조물에 의한 피해다. 시간으로 환산하면 3.9초마다 1마리, 하루 평균 약 2만 마리의 새가 폐사하는 셈이다.
고밀도 건축 환경과 교통 인프라가 집중된 서울시의 상황도 심각하다. 서울시 야생동물센터(2540건)와 시민과학 플랫폼 '네이처링'(3456건)을 통해 확인된 서울 시내 조류 충돌 피해는 총 5996건에 달한다. 특히 야생동물센터가 개원한 2017년 이후 구조 건수는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인다.
계절별로는 철새들이 이동하거나 번식을 마친 어린 개체들이 이동하는 봄과 가을철에 피해가 집중됐다. 다만 충돌 피해를 본 새의 상당수가 도심에 머물러 사는 '텃새'로 확인돼, 사실상 특정 계절과 무관하게 연중 내내 충돌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해외 대응 사례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뉴욕, 샌프란시스코, 미네소타주 등은 '건축물 조류 충돌 방지법'을 제정해 신축 건물 설계 시 일정 비율 이상 조류 친화 유리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준공 이후에도 사후 모니터링을 제도적으로 시행한다. 캐나다 역시 연방과 도시 차원의 법적·기술적 기준을 마련해 시민단체와 함께 개선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유럽 일부 국가는 경관과 생태 평가 시 조류 충돌 방지 요소를 필수 항목으로 다루고 있다.
국내에서도 일부 제도적 근거는 마련됐지만 선진국처럼 설계 단계부터 조류 충돌 저감 요소를 의무적으로 반영하고 사후 관리를 강제하는 실천 체계는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다.
이에 새 건축물뿐만 아니라 기존 건축물에 대해서도 유리 패턴 적용, 조명 설계 변경, 조경 식재 조정 등 실효성 있는 가이드라인이 도입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연구위원은 "법률과 가이드라인을 병행해 설계 시 의무적으로 반영하도록 하고, 사후 관리와 시민 참여를 결합하는 체계가 조류 충돌 저감에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