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지배구조 압박에도…4대금융, CEO 연임안 힘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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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 임종룡·진옥동 연임안 우호 평가
"지배구조 개편 드라이브에도 이번 의안 반영 사실상 어려워"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를 높이고 있지만 4대 금융 주총 안건은 되레 힘을 받고 있다. 글로벌 투자 의결권 자문사들이 최고경영자(CEO) 연임안과 이사회 안건에 잇따라 우호적 의견을 내면서 주총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한층 줄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는 KB·신한·하나·우리금융이 이달 정기 주주총회에 올린 주요 안건 전반에 대체로 찬성 의견을 냈다. 관심을 모았던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과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연임안에도 우호적 판단이 이어지면서 주요 안건은 무난히 처리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우리금융은 23일, 하나금융은 24일, KB금융과 신한금융은 26일 각각 정기 주총을 연다.

이번 주총의 쟁점은 회장 연임안에만 그치지 않는다. 사외이사 선임과 정관 변경, 자본준비금 감액 안건까지 함께 오른다. 특히 우리금융은 대표이사 선임 방식을 기존 이사회 결의에서 주주총회 결의로 바꾸고 대표이사 3연임 때는 특별결의를 거치도록 하는 정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최고경영자 선임 절차의 투명성을 높이고 주주 통제 장치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눈에 띄는 대목은 사외이사 안건을 바라보는 시각 변화다. 그동안 해외 의결권 자문사들은 금융지주 회장 선임이나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에 비교적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왔지만 이번에는 4대 금융이 올린 이사회 안건 전반에 우호적 판단을 내렸다. 금융권에서는 과거 사고 이력만으로 이사회 전체에 폭넓게 책임을 묻던 흐름에서 벗어나 개별 이사의 직접 책임과 이후 개선 조치를 함께 따지는 쪽으로 평가 기준이 옮겨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금융지주들도 주총을 앞두고 지배구조 보완과 주주환원 카드를 함께 내놨다. 자본준비금 감액을 통해 비과세 배당 재원을 마련하는 안건이 대표적이다. KB금융은 7조5000억원,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각각 9조9000억원, 7조4000억원 규모의 감액에 나섰고 관련 안건 역시 자문사들로부터 대체로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다만 주요 안건이 무난히 처리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해서 지배구조 논란까지 정리된 것은 아니다. 금융당국은 올해 1월 ‘지배구조 선진화 TF’를 출범시킨 뒤 이사회 독립성과 다양성, CEO 선임·승계 절차의 공정성·투명성, 성과보수 체계 합리화 등을 중심으로 개선안을 마련해 왔다. 금융위원회는 당초 이날 관련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일정을 연기했고 추후 발표 시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발표 일정이 미뤄지면서 금융당국이 주총 전에 던지려던 지배구조 개편 신호도 한발 늦춰지게 됐다. 다만 이달 말 4대 금융 정기 주총 일정이 이미 잡혀 있고 상정 안건도 대부분 확정된 만큼, 새 개선안이 이번 주총 의안에 직접 반영되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주총은 무난히 갈 가능성이 커졌지만, 금융당국이 보는 건 개별 안건이 아니라 지배구조 시스템 전반”이라며 “연임안 통과와 제도 개편 논의는 별개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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