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의 옳음은 별개의 문제다. 육하원칙 중 ‘어떻게’, ‘왜’를 따지면 방송은 문제투성이다.
먼저 ‘어떻게’를 보자. 언론을 포함한 대중매체에서 아동학대 사건을 다룰 때 지켜야 할 원칙은 한국기자협회가 2022년 제정한 ‘아동학대 언론보도 권고기준’에 상세히 제시돼 있다. 이번 방송은 원칙을 무시했다. 부모의 직업을 공개했고, 아동학대 장면을 직접 보여주는 영상을 사용했고, 사건이 발생한 지역명을 공개했고, 인터뷰를 토대로 학대 배경을 판단·추측했다.
각 원칙에는 나름의 취지가 있다. 부모의 직업과 학대 발생 지역은 사건의 본질과 무관하며, 이를 공개하는 것은 특정 직업·지역에 대한 편견을 조장할 수 있다. 아동학대 장면을 직접 보여주는 사진·영상 사용은 해당 사건의 피해 아동뿐 아니라 유사 학대 피해자의 트라우마를 자극한다. 섣부른 학대 배경 판단·추측은 사건의 본질 파악과 해결의 걸림돌이다. 그런데도 원칙을 무시했다는 것은 원칙에 관심이 없거나 원칙의 취지를 가볍게 인식했단 것밖에 안 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왜’에 있다. 보도의 목적은 보도의 기대효과로 설명된다. 잔혹한 아동학대 사건을 날 것 그대로 보도했을 때 기대되는 효과는 시청률 상승, 대중의 분노, 여론재판 성격의 엄벌 정도다. 감춰진 사건을 들춰낸 것이라면 진실을 파헤친다는 자체로 의미가 있지만 여수 영아 사망 사건은 이미 경찰 수사에서 범죄 사실이 소명됐고 재판이 진행 중이다. 방송에선 수사 기록을 바탕으로 한 범행 재구성 외에 새로운 사실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렇기에 이번 방송은 아무리 좋게 봐도 여론재판보다 나은 목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누군가는 여론재판 성격의 엄벌이 유사 범죄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아동학대 범죄의 성격에 대한 몰이해다. ‘동기’가 있는 범죄에는 엄벌이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겠지만 많은 영아 학대 사건에서는 동기를 찾기 어렵다. 성격상 문제나 우울감, 고립감, 분노 등 정서적 문제, 기타 사회·경제적 문제가 자녀에 대한 학대로 발현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범죄다. 이는 엄벌만으로 해결이 어렵다. 특히 엄벌은 이미 발생한 학대의 사후 조치지 예방이 아니다.
아동학대 사건 예방의 핵심은 ‘학대 징후’ 파악을 통한 조기 개입이다. 다만 영아는 보육시설·교육기관을 이용하지 않고 접종·검진 외에는 의료기관 이용 빈도도 낮다. 외부 감시를 통한 징후 파악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렇기에 미혼모나 청소년 임신부 등 ‘위기 임산부’에 집중된 상담·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산부인과, 보건소 등의 상담을 통해 산모의 심리 상태, 양육 환경 등을 파악하고 이를 통해 추가 상담·지원이 필요한 산모를 발굴해야 한다. 이것만으로 모든 영아 학대를 예방할 순 없지만 중대 학대로 이어지진 않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비극적인 사건을 소비하는 데는 여러 방식이 있다. 가장 쉬운 방식은 분노를 유발하는 것이다. 하지만 분노는 역효과가 크다. 제대로 된 문제 인식과 대안 제시를 방해한다. 아무리 뉴미디어 시대가 됐어도 언론 등 대중매체의 파급력은 여전히 크다. 단순히 분노를 유발하는 것은 대중매체가 할 일이 아니다. 최소한 ‘어떻게’, ‘왜’ 전달할 것인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