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다발 교섭·생산차질…대기업·中企 ‘춘투’ 현실화 [산업계 덮친 원청 교섭의 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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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가 10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앞에서 2026년 원청교섭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금속노조)

노란봉투법이 시행되자마자 산업 현장 곳곳에서 원청을 향한 노조의 교섭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며 ‘춘투(春鬪)의 전운’이 짙어지고 있다. 철강·조선·자동차 등 하청 구조가 복잡한 주요 산업계를 중심으로 노동계가 원청의 직접 책임을 묻는 총공세에 나서면서, 대한민국 산업 지도가 전례 없는 노사 갈등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전망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은 10일 오전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포스코가 사내하청 노동자들과 직접 단체교섭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금속노조는 “포스코 공장에서 하청 노동자들이 포스코 설비와 생산계획에 따라 일하고 있음에도 원청은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실질적 사용자인 포스코가 교섭에 나와 노동조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 측은 특히 법원 판결을 근거로 원청 사용자 책임을 강조했다. 포스코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위장도급 형태의 불법파견이라는 판결이 이어졌음에도 원청이 교섭에 응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금속노조는 “하청업체와의 교섭으로는 임금과 노동조건을 결정할 수 없는 구조”라며 “진짜 사용자와의 교섭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기자회견은 노란봉투법 시행 직후 열린 첫 현장 행동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개정 노조법은 ‘실질적으로 노동조건을 지배하는 자’를 사용자로 규정하면서 하청 노동자가 원청과 직접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를 강화했다. 노동계는 법 시행을 계기로 원청 책임을 둘러싼 교섭 요구가 철강·자동차·조선 등 대규모 하청 구조가 형성된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아이에이치엘지회도 이날 서울 강남구 현대모비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청인 현대모비스와의 교섭을 요구했다. 현대아이에이치엘은 자동차 램프 등을 생산하는 현대모비스 협력사다. 노조는 “실질적인 생산 공정과 노동조건이 원청의 지휘 아래 운영되는 만큼 원청이 사용자 책임을 져야 한다”며 직접 교섭을 촉구했다. 현대차와 HD현대중공업 하청노조도 이날 원청에 세 번째 교섭 요구서를 보내는 등 원청을 교섭 테이블에 앉히기 위한 움직임에 본격 나섰다.

이같은 움직임은 산업계 전반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노동계에 따르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소속 7개 산별노조의 원청 사업자들에게 교섭 요구 공문을 일제히 발송할 예정이다. 약 900여 사업장에서 일하는 13만7000여 명의 하청 노동자가 원청과의 교섭 요구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대 노총은 투쟁 강도를 높일 수 있다고 예고한 상태다. 민주노총은 이날 논평에서 “내 노동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자가 곧 사용자라는 상식을 23년 만에 법치주의의 이름으로 확인 받은 승리의 선언”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경영계의 반발에 대해 “하청 노동자가 원청과 대화하는 것이 혼란인가”라고 반문하며 “진짜 불법은 진짜 사장이면서 사용자 책임을 회피해 온 자본의 기만이며, 더는 실질적 지배력이라는 명확한 기준 앞에 숨지 말라”고 비판했다. 이어 원청을 향해 “계약서 한 장 없다는 핑계로 문을 닫아걸던 시대는 끝났다”며 즉각 교섭 테이블로 나올 것을 촉구했다. 또 정부와 고용노동부를 향해 “해석 지침을 흐리게 운용하거나 판단지원위원회를 경영계 눈치 보기 기구로 전락시킨다면 즉각 그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역시 이번 법 시행을 두고 “정당한 노동쟁의 과정에서도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로 위축됐던 불합리한 현실을 바로잡기 위한 오랜 투쟁의 결과가 반영된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한국노총은 법 시행 이후의 한계를 짚으며 추가적인 제도 보완에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노총은 “노조법 개정안 시행으로 하청·간접고용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문제가 한 번에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며 “원청이 법적 책임을 회피하지 못하도록 법 취지에 부합하는 해석과 제도 운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특히 현행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핵심 걸림돌로 지목했다. 한국노총은 “다양한 고용 형태가 공존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현행 제도는 하청·간접고용 노동자의 교섭권을 제약할 가능성이 크다”며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법의 취지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해 단결권과 교섭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면밀히 점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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