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 완화해도 공급 확대 효과 ‘불투명’
네덜란드·영국도 규제 풀었다 불편 초래
“도로·타이어 등 소음원 관리가 해법”

이재응 중앙대학교 명예교수(기계공학부)는 11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소음 기준을 완화하면 주택 공급을 빠르게 늘릴 수 있다는 논리가 제시되고 있지만 실제로 얼마나 증가할 수 있을진 명확하지 않다”며 “소음 기준 완화는 주택공급 확대를 이유로 삶의 질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행정편의주의적인 결과”라고 지적했다.
주택 공급 효과가 뚜렷하지 않은 가운데, 무턱대고 외부 소음 기준을 완화하면 주거 환경이 악화돼 여러 문제점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했다. 소음 노출이 단순한 생활 불편을 넘어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환기가 어려워지는 점도 꼬집었다.
이 교수는 “지속적인 소음 노출은 수면 장애와 스트레스 증가, 집중력 저하 등을 유발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심혈관 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창문을 열지 못하는 생활이 이어지면 실내 공기 질이 악화될 수 있고, 밀폐된 공간에서는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 휘발성 유기화합물(VOC)이 축적되기 쉽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기계식 환기 설비 등을 활용해 창문을 열지 않고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실제 사용 환경은 다르다고 봤다. 이 교수는 “환기 설비가 있어도 사용하지 않거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모터 소음이나 전기료 부담 때문에 장시간 가동을 꺼리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주택 공급을 위해 소음 규제를 완화해 이를 장기적으로 유지한 경우는 많지 않다. 오히려 소음 완화가 이런 문제점을 불러오면서 다시 규제를 조이는 결과로 이어졌다.
대표적으로 네덜란드는 과거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소음 기준을 완화하고 고성능 창호 등을 통해 실내 소음을 차단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그러나 창문을 열기 어려운 밀폐형 주거 환경이 확산되면서 주민 불만과 민원이 늘어났고 결국 정책 방향을 수정했다.
이 교수는 “네덜란드는 1990년대 이후 도로포장 개선, 저소음 타이어 개발, 교통 속도 제한 등 소음 발생원 자체를 줄이는 방식으로 정책을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영국 역시 비슷한 경험을 했다. 그는 “영국도 1990년대 도심 주택 공급 확대 과정에서 실내 소음 기준만 충족하면 건설을 허용하는 유연한 관리 정책을 도입했다”며 “하지만 창문을 열면 도로 소음이 그대로 유입되고 환기가 어려워지면서 수면 장애 등 민원이 급증했다”고 말했다.
이어 “영국 정부는 이후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전국적인 ‘소음 지도(Noise Mapping)’를 구축했고 현재는 유럽연합의 환경소음지침(END)을 반영해 실내와 실외 소음을 함께 평가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강화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해외 사례와 건강 영향을 고려할 때 기준을 완화하기보단 소음 발생 자체를 줄이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방음벽이나 창호 성능 강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저소음 도로포장, 저소음 타이어 개발, 교통 속도 관리 등 소음 발생원 자체를 줄이는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소음 저감 기술을 적용한 주택 단지에는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는 등 정책적 유인도 검토할 수 있다”며 “환경 보호와 주택 공급을 동시에 달성하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음 기준 완화 정책은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소음은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전문가 논의와 공청회 등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거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주택 공급 확대와 주거 환경 보호 사이 균형을 찾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