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PS ‘마약류 진통제’ 처방 안정된다…해외 의료계도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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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의료용 마약류 가이드라인·고시 개정…“오남용 모니터링, 보완 지속”

▲CRPS 환자가 처방받은 알약 및 패치 제형의 마약류 진통제들. (이투데이DB)

복합부위통증증후군환자(CRPS) 환자들이 적정량의 마약류 진통제를 처방받을 수 있게 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CRPS 환자를 위한 별도의 마약류 진통제 처방 규정을 신설하면서다. CRPS 환자와 이들을 진료하는 의사들이 ‘마약류 오남용’ 오명을 벗게 될지 주목된다.

6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의료용 마약류 진통제 안전사용 기준(가이드라인)’과 ‘마약류의 오남용 방지를 위한 조치기준(식약처 고시)’ 개정안을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에는 CRPS 환자 대상 규정이 별도로 신설됐으며 즉시 의료 현장에 적용된다. 고시는 마약류안전관리심의위원회와 행정예고 절차를 거쳐 향후 시행될 예정이다.

그간 가이드라인은 마약류 진통제 처방 대상을 ‘암성 통증’과 ‘비암성 만성 통증’으로 양분했다. 암성 통증은 처방 기간과 용량에 상한선을 두지 않았던 반면, 비암성 만성 통증에는 △하루 최대 50 모르핀밀리그램환산량(MME) △하루 90 MME를 초과하는 경우 환자 재평가 △만 18세 미만에게 사용 제한 등의 보수적인 권고를 명시했다. 암성 통증은 적극적인 통증 관리가 목적이지만, 비암성 만성 통증은 오남용과 부작용을 방지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CRPS 환자들 역시 기존 가이드라인에 따라 비암성 만성 통증 기준을 적용받았다. 이 때문에 CRPS 환자에게 암성 통증에 준하는 통증이 발생하더라도 필요한 만큼의 마약류 진통제가 처방되기 어려웠다. 가이드라인이 명시한 수치를 초과해 처방을 낸 의사는 식약처로부터 처방 빈도에 따라 사유서 제출 요청과 처방·투약 금지 명령 등을 받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환자들은 진통제 없이 통증을 견뎌야 한다는 불안감이 컸다. 소속 의료기관과 식약처의 지속적인 지적을 의식한 의사들이 CRPS 환자 진료와 처방에 소극적으로 변하면서 치료 접근성도 악화했다.

▲‘의료용 마약류 진통제 안전사용 기준’변경대비표 (식품의약품안전처)

개정 가이드라인에는 ‘의료용 마약류 사용 일반원칙’과 ‘의료용 마약류 진통제 안전사용 기준’, ‘복합부위통증증후군환자 대상 의료용 마약류 진통제 안전사용 기준’ 등이 새롭게 명시됐다. CRPS 확진 환자를 대상으로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마약류 진통제를 적절히 투여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암성 통증 환자와 비암성 만성 통증 환자 대상 지침 이외에도 CRPS 환자만을 위한 맞춤 지침이 생긴 셈이다.

환자들은 가이드라인 개정에 반색하며 안도감을 표했다. 이용우 CRPS환우회 회장은 “식약처에서 마약류 진통제 제도 개선을 해주서서 너무 감사드린다”라며 “희귀난치성질환인 CRPS 환자들이 통증 관리에 필요한 마약류 진통제를 필요한 만큼 처방받을 수 있게 되어 고통과 불편에 따른 걱정 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

개정된 가이드라인은 해외 의료계의 이목을 끌었다. 한가지 질환을 위해 별도의 지침을 신설한 것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이례적인 사례이기 때문이다. 미국복합부위통증증후군환우회(RSDSA)는 식약처의 가이드라인 개정에 대해 “한국에서 놀라운 일이 일어났으며, 그 파장이 전 세계에 퍼지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피터 모스코비츠(Peter A. Moskovitz) 조지 워싱턴대 교수(RSDSA 이사회 의장)는 “한국에서 CRPS가 심각한 질병과 장애를 유발하는 주요 건강 문제로 인식됐다는 점에서 중요한 사건”이라며 “CRPS 통증이 암성 통증과 동일한 수준으로 이해되고, 앞으로 더 나은 진단과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정 가이드라인 시행 후 마약류 진통제 오남용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최종범 아주대학교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CRPS 환자들에게 고용량 마약류 진통제가 처방되면 무조건 오남용으로 의심을 받아, 결국 환자들에게 불이익이 돌아가는 악순환이 해소된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앞으로 CRPS라는 진단 뒤에 숨어 마약류 진통제를 필요 이상으로 처방받거나, 처방된 진통제가 환자 이외의 손에 넘어가는 일이 없도록 세심한 규제가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은주 식약처 마약관리과 과장은 “가이드라인을 개정하면서 CRPS 환자 대상 기준을 완화하고, 마약류 진통제가 필요한 환자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환자 교육 사항도 마련했다”라며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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