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과 사는 남자’ 역대급 흥행 비결은...“영화 속 감동, 극장 밖 인터랙티브 경험 확대 결과”[왕사남 천만 돌파]

기사 듣기
00:00 / 00:00

밈·숏폼·관광까지 파급력, ‘왕사남’ 흥행은 극장 밖에서 이뤄져
‘두쫀쿠’·‘봄동 비빔밥’과 공통점⋯영화, ‘놀이형 콘텐츠’로 확산
영화시장 매출 급증⋯2월 1185억원,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

▲유배간 단종의 마지막 4개월을 그린 ‘왕과 사는 남자’. 단종 역의 박지훈(왼쪽)과 그의 최후를 지킨 엄흥도 역의 유해진 (사진제공=쇼박스)

사극 영화가 다시 1000만 고지를 밟았다. 멜로는 250만 관객을 넘어섰다. “요즘은 안 된다”던 장르들이 동시에 흥행에 성공하며 침체했던 극장가 분위기를 단숨에 뒤집었다. 쇼박스가 배급한 ‘왕과 사는 남자’가 6일 오후 1000만 관객을 돌파했고, ‘만약에 우리’가 250만명을 넘어 손익분기점을 넘기며 상반기 영화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8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KOBIS)에 따르면 2월 극장 매출은 1185억원으로 전년 동기(530억원)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 1~2월 누적 매출도 203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 늘었다. ‘왕사남’과 ‘만약에 우리’의 흥행 덕분이다.

‘왕사남’은 설과 삼일절 연휴를 거치며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개봉 초반보다 2~3주차 관객 증가율이 더 높았고, 일일 80만명 이상을 동원한 날도 나왔다. 사극 천만 영화인 ‘왕의 남자’, ‘광해, 왕이 된 남자’보다 흥행 속도가 빨랐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연휴 직전 개봉해 연휴에 점프하는 구조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며 “오프닝보다 확장력이 중요한 시장이라는 걸 보여준 사례”라고 분석했다.

이어 “최근 몇 년간 사극은 제작비 부담이 크고 관객 반응도 예측하기 어려워 기획 단계에서 보수적으로 접근했다”며 “이번 흥행은 이야기와 공감 지점이 얼마나 설계됐는지가 중요하다는 걸 확인시켰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개 관람, 영월 청령포 방문객 증가 등 상징적 이벤트와 관광 수요 확장 역시 흥행을 가속한 요인으로 꼽힌다. 이와 함께 ‘인터랙티브 경험’을 이끌며 극장 흥행을 가속화했다. 영화를 보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관객이 극장 밖에서 참여하고 반응하며 경험을 함께 만들어가는 방식이 ‘왕사남’에 작동한 것.

이지혜 영화평론가는 “‘왕사남’의 천만 흥행은 올해 화제가 됐던 ‘두바이 쫀득쿠키’나 ‘봄동비빔밥’처럼 콘텐츠가 하나의 인터랙티브 경험으로 소비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영화가 일종의 밈처럼 확산되면서 대중이 놀이하듯 참여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요즘 흥행은 과거처럼 작품의 완성도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라며 “중요한 것은 콘텐츠가 얼마나 놀이 가능한 형태로 확장되느냐다. 그리고 그 경험이 현실에서 이어질 수 있는 서사를 갖고 있느냐도 중요하다”고 짚었다.

이 평론가의 말처럼 ‘왕사남’의 관람 경험은 현실 공간으로 이어졌다. 영화를 본 관객들이 단종묘나 관련 관광지를 찾거나 역사 인물의 유배지인 영월을 방문하면서 일종의 ‘성지 코스’처럼 경험을 확장한 것이다. 이 평론가는 “지금 세대는 콘텐츠를 이해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실제 장소를 방문하며 경험을 완성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흥행에 힘입어 조선 제6대 임금 단종의 유배지인 청령포를 찾는 방문객의 발길도 줄을 잇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로 강원 영월군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2일까지 삼일절 연휴 기간 단종의 유배지인 청령포와 장릉을 찾은 관람객은 총 2만6399명으로 집계됐다. 설 연휴 방문객까지 합치면 올해 들어 두 곳을 찾은 인원은 4만4315명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연간 방문객 26만3327명의 약 34% 수준이다.

또 단종에 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조선왕조실록을 키워드로 한 도서 판매도 증가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왕사남’이 개봉한 지난달 4일부터 이달 2일까지 관련 키워드로 한 도서 판매량은 개봉 이전 기간보다 2.9배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2.1배 늘어 영화 흥행이 독서 수요로 이어졌다.

‘만약에 우리’ 역시 멜로 장르의 한계를 돌파한 사례로 평가된다. 코로나19 이후 멜로는 극장 흥행에서 고전해왔지만, 이 작품은 250만 명을 넘기며 2019년 ‘가장 보통의 연애’ 이후 가장 높은 흥행 성적을 기록했다.

또 다른 영화계 관계자는 “멜로는 극장 관람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던 장르였는데, 숏폼 콘텐츠 확산과 가격 프로모션 전략이 초기 관객을 끌어오는 데 유효했다”며 “관람 후 만족도가 입소문으로 이어지면서 안정적인 관객 흐름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두 작품의 공통점을 ‘관람 동기 설계’에서 찾는다. 코로나19 이후 OTT가 영화관을 대체하면서 관객은 습관적으로 극장을 찾지 않게 됐다. 이번 두 작품은 각각 가족 단위 관람과 관계 공감이라는 분명한 관람 동기를 제시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장근 국립공주대 영상학과 교수는 “앞으로 극장용 영화에서는 대형 블록버스터뿐 아니라 강한 서사와 감정적 공감을 이끌어내는 콘텐츠의 가치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라며 “결국 극장은 관객이 함께 경험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문화적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갈 필요가 있다”라고 전했다.


대표이사
신호정
이사구성
이사 5명 / 사외이사 3명
최근 공시
[2026.02.11] 매출액또는손익구조30%(대규모법인은15%)이상변동
[2025.12.15] 주주명부폐쇄기간또는기준일설정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많이 본 뉴스
댓글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