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0년 묶인 금융위기 턴다⋯저축은행 파산재단 자산도 일괄 정리 [공적자금 회수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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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보, 파산재단 비상장 유가증권 16종 ‘통합 입찰’ 매각
이랜드파크 등 비상장 지분 포함⋯장기 보유 물량 정리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이어져 온 금융권 구조조정이 정리 국면에 돌입했다. 예금보험공사(예보)가 파산 저축은행들의 파산재단이 보유한 비상장 유가증권을 묶어 공개 매각에 나서면서 장기간 남아 있던 잔여 자산 정리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것이다.

4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예보는 골든브릿지·솔로몬·토마토·미래·한울·신라·진흥·경기·좋은·서울상호저축은행 등 파산재단이 보유한 비상장 유가증권 16종을 일괄 매각한다. 각 파산재단이 개별적으로 관리하던 자산을 예보가 ‘통합 입찰’ 구조로 설계해 한 번에 시장에 내놓는 방식이다.

매각 대상에는 이랜드파크(우선주), 오리엔트전자, 브이티바이오, 프로셀테라퓨틱스 등 비상장 투자 지분이 포함됐다. 이들 지분은 과거 저축은행들이 투자나 담보 과정에서 보유하게 된 자산으로 파산 이후 각 파산재단에 귀속돼 관리돼 왔다. 개별 매각이 쉽지 않았던 비상장 주식이 대거 매각 대상에 오른 점이 특징이다.

입찰은 투자자가 원하는 수량과 가격을 제시하는 ‘희망수량 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된다. 일부 담보 주식을 제외하면 1주 단위 입찰도 가능해 소액 투자자도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사전 참가신청을 거친 투자자만 본입찰에 참여할 수 있으며 참가신청은 9일, 입찰서 제출과 입찰보증금 납부는 12일 마감된다.

저축은행 사태는 2011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무리한 대출 확대, 내부통제 실패 등이 겹치며 다수 저축은행이 연쇄 파산한 사건이다. 당시 예보는 예금자 보호를 위해 27조원 넘는 예보기금을 투입했다. 이후 자산 매각과 파산 배당금 수령 등을 통해 회수 작업이 이어졌지만 지난해 12월 말 기준 회수액은 14조2800억원으로 투입액 대비 약 52% 수준에 머물러 있다.

비상장 유가증권은 상장주식과 달리 거래가 제한적이고 가격 산정도 쉽지 않아 매수자를 찾기 어려운 자산으로 꼽힌다. 매각이 지연될수록 관리 비용이 늘고 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거래 여건도 달라질 수 있다. 예보가 여러 파산재단의 물량을 통합해 공개 입찰 방식으로 매각에 나선 배경도 장기 보유 자산을 정리해 회수 효율을 높이려는 목적과 맞닿아 있다.

예보는 통합 입찰을 통해 매각 절차를 일원화하고 집행 효율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파산재단별로 공고와 접수, 심사 등을 각각 진행하면 행정 비용이 반복되고 시장 노출도 분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일 절차로 묶으면 일정과 심사 과정을 표준화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비상장 지분은 정보 비대칭이 크고 유동화가 제한적인 경우가 많아 실제 응찰 규모가 얼마나 될지는 변수로 꼽힌다. 기업 가치 산정이 쉽지 않고 지분을 확보해도 재매각이 쉽지 않은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비상장 유가증권은 거래 자체가 드물어 매각을 추진해도 매수자를 찾기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여러 파산재단 물량을 한 번에 묶어 공개 매각에 나서는 것은 장기간 보유해 온 잔여 자산을 정리하려는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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