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과학기술 연구 체계를 전면 재설계하는 ‘K-문샷’ 전략을 확정했다. 2035년까지 8대 분야 12대 국가 미션을 해결하고 글로벌 과학기술 선도국가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미션별로 강한 권한을 가진 프로그램 디렉터(PD)를 임명해 자원을 집중하는 책임운영체계를 도입한다.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는 25일 제2차 전체회의를 개최하고 ‘AI시대 과학기술 경쟁력 대도약을 위한 K-문샷 추진전략’을 심의·의결했다. 해당 안은 부처 협의를 거친 뒤 3월 과기관계장관회의에 상정돼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한국형 제네시스 미션이라 불리는 K-문샷의 목표는 2030년까지 연구생산성을 두 배로 높이고 2035년까지 8대 분야 12대 미션을 과학기술 AI로 해결하는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피인용 상위 1% 논문의 점유율을 현재 4.1%에서 8.2%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성과 지표로 삼겠다고 설명했다. 연구개발(R&D) 투자 확대에 따라 양적 순위는 상승했지만, 질적 성과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우선 국가 과학기술·AI 자원과 역량을 결집한다. AI-레디 연구데이터, GPU(그래픽처리장치), AI 모델, 자율실험실 등 과학기술 AI 핵심 자원을 ‘국가과학AI연구센터’를 중심으로 통합하는 방식이다. 또한 ‘국가과학AI통합플랫폼’을 구축해 연구자 1인당 10개의 AI 에이전트를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게 목표다.
정부는 23개 출연연과 과학기술계가 보유한 데이터를 ‘AI 레디 데이터’ 체계로 정비해 AI가 즉시 활용 가능한 형태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연구데이터는 23개 출연연 및 직할연, 과학기술원이 보유한 고품질 데이터를 우선 수집·개방하는 방식으로 확보한다. 과기정통부는 현재 연구데이터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연구데이터법’ 제정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슈퍼컴 6호기 GPU의 30%와 첨단 GPU 확보 사업분의 15~20% 등을 모아 총 8000장을 연구 현장에 지원한다. 바이오, 소재, 반도체 등 각 연구·산업 분야별 파운데이션 모델 및 특화 모델을 개발해 연구 현장에 확산한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국내 AI 기업이 자체 AI 모델과 인프라를 통해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연구데이터 제공, GPU 제공, 공동 실증기회 제공 등 각종 인센티브를 마련할 계획이다.
미션별로 책임과 권한을 가진 PD를 지정해 기획·예산·과제관리 전반을 총괄하도록 하는 ‘PD 중심 책임운영체계’도 도입한다.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프로그램 매니저(PM) 모델을 참고한 것이다. 정부는 PD에게 과제 중단이나 방향 전환(피보팅)도 가능하도록 권한을 부여하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K-문샷 특별법’ 제정도 추진할 예정이다.
다만 PD 중심 체계에 대한 업계의 우려도 나온다. 한 AI 업계 관계자는 “PD 인재상을 정부가 잘 정립하고 있는지가 모호하다”며 “기술적으로 뛰어난 사람이어야 할지 정책을 잘 이해하고 조직을 잘 관리하는 사람이어야 할지 정부가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션을 완수하기까지 PD의 임기를 어떻게 보장할지 고민이 필요하다”며 “충분한 처우와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4~9년의 긴 임기 동안 PD가 바뀔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K-문샷은 미국의 제네시스 미션에 대응한 ‘한국형 제네시스 미션’으로 추진됐다. 미국이 국가안보 차원에서 AI 과학 경쟁에 뛰어든 가운데 한국도 대응에 나선 셈이다. 지난해 11월 발표된 제네시스 미션은 미국이 AI를 과학 연구의 핵심 엔진으로 활용해 10년 내 연구생산성을 두 배로 높이고 과학·산업 혁신을 가속하는 국가 프로젝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