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성형 인공지능(AI) 확산과 함께 수사 현장에서 피의자의 'AI 대화 기록'이 핵심 증거로 활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기존 웹 검색 기록보다 문장 단위로 의도가 드러나는 특성 때문에, 범행 고의와 동기 입증에 더 직접적인 자료가 된다는 판단에서다.
25일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서울의 한 경찰서에서 최근 진행된 휴대전화 포렌식 참관에 참여한 변호사는 예상과 다른 수사 방향에 당혹감을 드러냈다. 통상 인터넷 검색 기록이나 지인과의 메시지 내역을 먼저 확인하던 관행과 달리, 수사관들이 피의자와 생성형 AI가 주고받은 대화를 집중적으로 살폈기 때문이다.
해당 변호사는 "의뢰인이 AI와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까지 사전에 점검하지 않으면 방어 전략을 세우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 출신 변호사도 의뢰인을 처음 만날 때 AI 상담 내역을 먼저 확인한다고 밝혔다. 사건과 관련한 대화 내용을 숨기면 변론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변호인과의 상담은 비밀유지권 보호 대상이 될 수 있지만, AI와의 대화는 별도의 보호 장치가 없어 수사기관이 확보할 경우 그대로 증거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사기관이 AI 대화 기록에 주목하는 배경에는 '문장형 기록'이라는 특성이 있다. 웹 검색은 주로 단어 중심이지만, AI에 입력하는 질문은 문장 구조를 갖추기 때문에 행위자의 의도와 목적이 비교적 구체적으로 남는다.
최근 발생한 강북구 모텔 연쇄 살인 사건에서도 피의자가 AI에 수면제와 술을 함께 복용했을 때의 치명성 여부를 질문한 정황이 확인되면서, 경찰은 고의성을 뒷받침하는 자료로 활용했다. 피의자는 살인의 고의를 부인했지만, AI 대화 기록은 수사 방향 설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했다.
학계에서도 AI 대화 기록은 기존 디지털 흔적과는 다른 성격을 지닌다는 분석이 나온다. 프롬프트 자체가 문장인 만큼 행위자의 내면 의사가 직접적으로 표현된다는 것이다.
다만 우려도 적지 않다. 생성형 AI 대화에는 범죄와 무관한 개인적 고민, 건강 정보, 사생활 등 민감한 내용이 광범위하게 포함될 수 있다. 일괄적인 압수·수색이 이뤄질 경우 기본권 침해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AI 안전 분야 전문가들은 특정 사건을 계기로 개인의 전체 AI 대화 기록을 포괄적으로 들여다보는 관행이 자리 잡을 경우, 수사 범위와 한계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한다. 또한 AI가 범죄 과정에서 조력자로 기능했을 때 책임을 어디까지 물을 수 있는지도 명확한 법적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디지털 수사의 무게 중심이 검색 기록에서 AI 대화 기록으로 이동하면서 수사 실무와 변론 전략, 개인정보 보호 체계 전반에 대한 재정비 요구가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