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선고에서 "재판 진행 과정에서 별다른 사정 없이 법원 출석을 거부하기도 했다"고 적시했다. 출석은 예의나 체면의 문제가 아니다. 재판 절차가 작동하기 위한 기본 전제이며, 동시에 피고인의 도주 우려를 반박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자료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재판부는 19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피고인 입장에서 불출석을 방어권 행사라고 주장할 수는 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절차 불응'으로 기록한다. 물론 출석 여부가 범죄의 객관적 중대성을 바꾸는 것은 아니다. 다만 불출석은 도주 우려나 책임 인식 부족으로 해석될 수 있고, 이는 양형 요소 중 재범 위험성 판단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실체를 다투는 것과 별개로, 절차에 대한 태도는 독립된 평가 영역으로 남는 것이다.
또 재판부는 "피고인이 그 부분에 대해 사과의 의사를 내비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도덕적 평가가 아니다. 형사법상 자백은 구성 요건 사실의 인정이다. 그러나 양형 단계에서 고려되는 반성은 결과에 대한 책임 태도와 재발 방지 의지의 표현이다. 즉 사실관계를 다투면서도, 사회적 파장이나 결과에 대해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되지 않는다.
반대로 정당성 주장만 남고 결과에 대한 책임 인식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 경우, 법원은 이를 재범 위험성이나 사회적 위험 신호로 해석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사건이 중대할수록, 법원은 '옳고 그름'의 주장과 별개로 피고인이 그 결과를 어떻게 감당하고 있는지를 함께 본다.
한편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에서도 수사권 문제, 기소의 적법성, 위법 수집 증거 등 여러 절차 쟁점이 제기되었다. 재판부는 일부 문제 제기를 긍정하면서도 "다른 증거만으로도 유죄 판단이 가능하다"는 구조로 정리했다.
즉, 절차 위법을 주장할 때는 포괄적 부정보다는 어느 행위가 어떤 법리에 비추어 위법이며 그 증거가 배제될 때 남는 증거만으로는 합리적 의심이 해소되지 않는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절차 다툼은 막연한 주장이 아닌 논리적으로 촘촘하게 주장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재판 절차를 고의로 지연시킨다는 의혹을 받을 수 있다.
절차에 대한 태도는 양형뿐만 아니라 신병 판단에서 더욱 직접적인 결과로 나타난다. 이번 판결에서도 중형 선고를 이유로 보석이 취소된 경우, 도주 우려를 이유로 구속영장이 집행된 경우, 건강 사정을 고려해 즉시 보석 취소를 하지 않은 경우가 공존했다.
이는 법원이 도주 우려, 증거인멸 가능성, 건강 상태, 주거 및 직업의 안정성과 같은 요소를 실제 '인신구속' 여부에 반영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사건의 실체와 별개로, 성실한 출석과 생활 기반에 대한 소명은 신병 단계에서 특히 결정적인 의미를 갖는 것이다. 구속을 피하고 재판을 ‘밖’에서 치르는 것 자체가 피고인이 확보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어권이라는 점은 법 앞에서 절차에 협력해야 하는를 보여준다.
결국 법 앞에 선 사람은 사실관계를 다투는 일과 별개로, 절차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법정에 서야 한다. 출석을 지키고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자료로 남긴다. 또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를 유지하면서 절차 다툼은 범위와 실익을 특정해 설계해야 한다.
허윤 변호사는 "법원은 '무슨 일이 있었는가'만 보지 않고 사법 절차에 어떻게 협조하였는지도 함께 본다"고 지적했다.
[도움]
허윤 변호사는 법무법인 동인 수사대응팀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사, 방위사업청 옴부즈만, 서울특별시의회 입법 법률고문, 언론중재위원회 자문변호사, 기획재정부사무처 고문변호사 등으로 활동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