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 훔칠 수 없어”…지귀연 ‘내란’ 판단 근거는 [尹 무기징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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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귀연 재판부, 尹 무기징역·김용현 징역 30년 등 선고
비상계엄 선포 및 병력 투입, 형법상 ‘폭동’ 요건 충족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선고기일인 19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선고 공판 텔레비전 생중계를 시청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성경을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을 훔칠 수는 없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지귀연 부장판사는 19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며 이 같이 지적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이 내세운 ‘국가 위기 타개’ 등 명분이 아무리 정당하더라도, 국회를 봉쇄하고 헌법기관의 기능을 마비시킨 불법적 수단까지 정당화할 수는 없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이날 내란 우두머리 등 혐의를 받는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계엄 2인자’로 지목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는 징역 30년,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에게는 징역 18년이 선고됐다. 조지호 전 경찰청장은 징역 12년,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은 징역 10년, 목현태 전 국회경비대장은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12·3 비상계엄과 그 후속 조치가 형법상 내란죄의 구성요건인 ‘국헌 문란 목적’과 ‘폭동’을 모두 충족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가 특히 주목한 것은 군을 국회로 보냈다는 점이다.

재판부는 “군을 국회와 선관위에 투입한 목적은 국회로 군대를 보내서 의사당을 봉쇄하고 주요 정치인을 체포함으로서 국회 활동 저지·마비시켜셔 국회 기능을 상당기간 못하게 하려는 목적이 뚜렷하다”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계엄 선포문에 ‘반국가 세력인 국회 척결’ 등의 표현이 기재돼 있고, 포고령에도 국회 활동·정치 활동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처벌한다는 내용이 명시된 점 등을 근거로 비상계엄 선포의 목적 자체가 형법상 ‘국헌문란’에 해당한다”고 봤다. 또 “군 투입 당시 철수 시점이나 국회 활동 재개에 관한 계획이 전혀 마련되지 않았던 점 등에 비춰, 군 철수 여부가 전적으로 윤 전 대통령의 판단에 달려 있었고 그 결과 국회 활동 저지·마비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을 예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내란죄의 ‘국헌문란 목적’을 역사적 연역과 해외 제도 사례를 들어 설명하며, 대통령이라도 군을 동원해 국회를 점령·봉쇄하거나 의원을 체포하는 방식으로 국회의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목적이 인정되면 국헌문란 목적 내란죄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잉글랜드 왕 찰스 1세 사건 이후 주권을 위임받은 의회를 공격하는 행위는 통치자라 하더라도 주권을 침해하는 것이 돼 반역으로 평가된다는 인식이 확산됐다”고 설명했다.

비상계엄 선포는 원칙적으로 대통령의 헌법상 긴급권 행사로서 요건 충족 여부만으로 곧바로 내란죄로 단정하기 어렵지만, 계엄으로도 할 수 없는 권한 행사, 즉 국회의 권한이나 행정·사법의 본질적 기능을 침해해 헌법기관의 기능을 저지·마비시키려는 목적에서 계엄을 선포하고 병력 출동·국회 봉쇄 등 실력 행사에 나섰다면 ‘권한 행사’의 외피를 빌린 국헌문란 행위로 내란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26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5. 09.26 사진공동취재단>

특히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 측이 ‘국가 위기 타개’,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내세운 데 대해 이는 동기·명분과 목적을 혼동한 주장이라며, 명분과 무관하게 실제 목적이 국회를 봉쇄해 기능을 못 하게 하는 데 있었다면 범죄 성립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취지로 “성경을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을 훔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폭동 판단에서도 재판부는 범위를 넓게 잡았다. 재판부는 계엄군의 국회 진입 시도와 경찰의 국회 봉쇄, 국회의장과 여야 주요 정치인, 선관위 직원 등에 대한 체포 시도 정황 등을 종합하면 일련의 실력행사가 결합된 폭동에 해당하고, 그 위력 역시 국회와 중앙선관위가 위치한 서울·수도권의 평온을 해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

공범 성립 기준도 명확히 했다. 폭동에 관여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집합범으로서 내란죄를 섣불리 인정할 수 없고, 국헌문란 목적을 “인식·공유”했는지까지 인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인식 공유는 미필적 인식으로도 족하고, 사후 가담 과정에서 암묵적으로 성립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 기준에 따라 김용군 전 제3야전군사령부 헌병대장과 윤승영 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은 국헌문란 목적의 인식 공유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양형에서는 내란죄의 본질을 “국가의 존립과 헌법적 기능을 파괴하고 법질서 자체를 부정하는 행위”로 규정하며, 위험범임에도 높은 법정형을 둔 이유는 내란이 그 자체로 위험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폭력적 수단으로 국회의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해 민주주의 핵심 가치를 훼손한 점을 중대하게 봤고, 군·경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과 대외 신인도 하락, 사회의 양극화, 대규모 수사·재판으로 인한 막대한 사회적 비용과 국민적 고통 등을 “산정할 수 없는 정도의 어마어마한 피해”라고 평가했다. 동시에 계엄 조치를 수행한 다수 공직자들이 법적 책임과 사회적 비난을 떠안고 가족까지 고통받는 현실도 “일반적 양형 사유로 참작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범행을 주도하고 다수 인원을 관여시킨 점, 사과의 뜻을 내비친 모습을 찾기 어렵고 재판 과정에서 별다른 사정 없이 출석을 거부한 점을 불리하게 봤다. 다만 “아주 치밀하게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 점”, 물리력 행사 자제 정황, 실탄 소지나 직접 폭력 행사 사례가 거의 없는 점, 계획이 대부분 실패한 점, 전과가 없고 장기간 공직에 봉직해온 점, 65세의 비교적 고령이라는 점을 참작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한편 이날 윤 전 대통령이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는 과거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도 내란 혐의로 법의 심판을 받은 바 있다. 1996년 8월 이 법정에서 열린 12·12 군사반란과 5·18 내란 혐의 1심 선고공판에서 전·노 두 사람은 각각 사형과 징역 2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후 이들은 2심에서 각각 무기징역, 징역 17년으로 감형됐고 1997년 4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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