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EA 예산 14% 담당…탈퇴 시 글로벌 기후정책 고립 위험
에너지 투자자·관련 기업 혼란도 가중
EU, CBAM 시행·기후법 개정안 통과 등 탈탄소 드라이브

미국과 유럽연합(EU)이 기후변화 대응을 놓고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미국은 기후변화를 아예 부정하면서 ‘화석연료’ 산업 부흥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반면 EU는 올해 탈탄소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다. 이에 기업들과 투자자들이 일대 혼란에 직면하게 됐다.
17일(현지시간)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프랑스 국제관계전략연구소(IRIS)가 파리에서 주최한 콘퍼런스에서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재생에너지 확대에 집중하면서 우리의 친(親) 화석연료 정책과 충돌하면 탈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라이트 장관은 “미국이 장기 회원국으로 남기 위해선 IEA가 개혁을 완료해야 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만약 이곳이 예전처럼 훌륭한 국제적 데이터 제공 기관으로 돌아가 핵심광물 분야에 진출하고 주요 에너지 문제에 집중한다면 우린 전적으로 찬성할 것”이라며 “그러나 만약 이들이 기후 관련 문제에 지나치게 치우치고 전 세계가 기후변화 영향을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면 우린 탈퇴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IEA는 기후 옹호 단체처럼 행동하고 있다”며 “이들 상당 부분이 이러한 좌파적 망상에 몰두한다면 이는 그들의 본래 임무를 왜곡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본래 임무에 대해선 “에너지 안보”라고 강조했다.
IEA는 서방 에너지 시스템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국제기구다. 최근에는 재생에너지와 탄소중립 등 에너지 전환도 적극적으로 이끌고 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월 취임하고 나서 미국 정부는 IEA와 거리를 두고 있다. 라이트 장관은 지난해 7월에도 추가 개혁 없이는 IEA와 함께할 수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미국의 IEA 탈퇴는 단순한 경고가 아닐 수 있다. 이미 연초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서 탈퇴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미국이 IEA마저 이탈한다면 이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대신 아예 화석연료 중심으로 세계의 룰을 다시 짜겠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IEA와 국제사회의 탈탄소 기조도 흔들릴 수 있다. 현재 IEA는 미국으로부터 연간 약 600만달러(약 87억원)를 받고 있다. 전체 예산의 14%에 달하는 규모다. 미국이 떠나면 IEA의 입지가 줄어들뿐더러 EU 중심의 현 글로벌 기후정책이 더 고립될 수밖에 없다. 석유와 가스 등 에너지 투자자들과 관련 기업들의 혼란도 불가피하다.
반면 EU는 기후변화 대응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지난주 유럽의회는 204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90% 감축한다는 기후법 개정안을 통과했다. 지난해 말 EU 회원국들의 개정안 잠정 합의 당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오늘 EU는 기후 행동과 파리협정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며 “이번 합의는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을 더 경쟁력 있게 하기 위한 실용적이고 유연한 계획”이라고 밝혔다.
EU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했다. CBAM은 EU가 세계 최초로 도입한 탄소국경세로, 수입되는 제품에 대해 EU 기업과 동일한 수준의 탄소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다. 올해는 시범 운영이지만 내년부터는 실제 비용 정산도 진행될 예정이다.
현재 부과 대상이 되는 품목은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수소, 전기 등 6개다. EU가 범위를 확장하는 것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유럽시장에 진출한 기업들도 비상이 걸렸다.
국제지속가능개발연구소(IISD)는 보고서에서 “CBAM은 이제 막 시행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이미 상당한 확대를 앞두고 있다”며 “EU가 더 광범위한 철강 함유 제품으로 CBAM을 확대 적용한다면 EU 시장에 판매하는 철강 생산량 중 더 많은 부분이 탄소 비용에 노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러한 확대는 1차 철강 생산뿐 아니라 철강 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EU 탄소가격 책정 영향을 증폭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