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이락 송현경제연구소 디지털금융본부장

스테이블코인의 가장 큰 강점은 결제수단으로서의 잠재력이다. 국경을 넘는 송금과 플랫폼 정산에서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고, 은행 인프라 접근이 제한된 환경에서는 디지털 형태의 가치저장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크다. 또한 토큰화 자산(RWA)의 결제수단으로도 사용될 수 있다. 인공지능(AI) 기반 자동화 경제가 확산할 경우, 가격 안정성과 프로그래밍 기능을 갖춘 디지털화폐로써 활용 가능성도 거론된다. 결제 인프라 측면에서 보면 혁신의 여지가 적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효율성이 곧바로 제도적 정당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스테이블코인이 대규모로 확산하면 예금이 이탈하고 금융시스템의 유동성 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준비자산의 건전성이 흔들릴 경우 환매 불안이 빠르게 확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의 보고서(Understanding Stablecoins, 2025년 12월)에서도 통화 대체, 금융안정 훼손, 자본유출입 관리의 어려움을 주요 위험 요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불법 이용 문제도 현실이다. 글로벌 암호자산 분석업체의 조사에 따르면 최근 불법 암호자산 거래의 상당 부분이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여기에 사이버 공격과 운영리스크까지 고려하면, 이는 단순한 혁신 상품이 아니라 금융시스템 차원의 위험이다.
이 때문에 주요국의 접근법은 공통으로 ‘허용하되, 강한 조건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수렴하고 있다. 결국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는 혁신과 안정 사이의 균형 문제다. 특히 원화는 기축통화가 아니다.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과 동일한 규제 강도를 적용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자본유출입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까지 감안한 보다 더 엄격하고 정밀한 접근이 필요하다.
제도 설계는 몇 가지 원칙 위에서 추진될 필요가 있다. 첫째, 초기에는 재무 건전성과 운영 능력을 충분히 갖춘 기관으로 한정해 리스크를 방지해야 한다. 둘째, 미국, 유럽연합(EU), 영국(현재 논의 중)처럼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발행자를 지정하여 규제를 차등화할 필요가 있다. 셋째, 자본유출입 관리 강화를 위해 외환거래 관련 제도와의 정합성도 동시에 점검해야 한다. 넷째, 국경을 넘는 디지털 자산의 특성을 감안해 주요 국가 간 공동감시체계를 구축하고 상호 정보 공유를 강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시대의 법정화폐 역할을 고려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연구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결제수단으로서의 잠재력이 크다. 그러나 아직 초기 단계이며, 금융시스템과 실물 경제에 미칠 영향은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제도화는 가능성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리스크를 통제 가능한 범위 안에 두는 과정이어야 한다. 이는 단순한 디지털자산 정책이 아니라, 향후 지급결제 구조와 금융 안정성의 방향을 결정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문제는 고도의 전문성과 장기적 관점이 요구되는 영역이다. 정치적 속도전보다 금융감독당국 및 중앙은행 등 전문기관 중심의 신중한 논의가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