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은 독재자와 포퓰리스트 그리고 실리콘밸리의 억만장자들을 하나의 새로운 권력 종족으로 묶는다. 도널드 트럼프와 블라디미르 푸틴 같은 정치 지도자뿐 아니라 일론 머스크로 대표되는 테크 엘리트들까지 '포식자'로 명명한다. 그리고 이들이 권력을 차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권력의 작동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민주주의가 숙의와 규칙을 중시하는 느린 체제라면, 이들은 혼돈과 파괴를 통해 판을 흔든다는 것. 플랫폼은 여론을 주도하고 기술은 분열을 증폭시키며 시민들은 복잡한 제도적 해결보다 즉각적 결단을 내리는 강한 지도자를 갈망한다. 결국 오늘날은 힘과 속도가 지배하던 권력의 본성이 기술 문명과 결합해 다시 전면에 등장한 시대라는 것이 이 책의 핵심 주장이다.

인간은 자신의 뇌를 제대로 이해해온 적이 있었을까. 이 책은 뇌과학의 역사를 따라가며 인간이 스스로를 어떻게 오해하고 또 갱신해왔는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고대에는 심장이 지성과 감정의 근원으로 여겨졌다. 아리스토텔레스조차 인간 본성의 중심을 심장에 두었다. 그러나 해부학의 발달과 함께 뇌 중심설이 힘을 얻으며 인간은 비로소 사고의 주체로 재정의되기 시작했다. 이후 21세기에 이르러 AI의 부상과 함께 뇌 연구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으면서 기억 삭제와 의식 업로딩 같은 상상이 현실의 문턱에 다가왔다. 이에 따라 인간의 정의가 또 한 번 흔들리고 있는 것. 이 책은 뇌과학의 성취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가 믿어온 인간에 대한 확신이 언제든 수정될 수 있음을 환기한다.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오래된 질문을 다시 현재형으로 호출하는 셈이다.

젠더를 둘러싼 논쟁이 갈수록 격화되는 시대다. 이 책은 남성도 여성도 아닌, 그도 그녀도 아닌 존재의 가능성을 탐색하며 젠더를 고정된 정체성이 아닌 유동하는 과정으로 제시한다. 저자는 젠더 중립적이면서도 에로틱한 신체 기관인 '혀'에 주목한다. 거의 모든 신체 부위가 성별의 그물망에 포획된 사회에서 끝내 포획되지 않는 감각의 공간을 드러내는 것이다. 몸은 거주를 위해 수리해야 할 집이 아니라 다양한 성별을 연기하고 변주할 수 있는 무대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또한 독일어와 일본어의 문법, 영화 '대니쉬 걸', 고전 예술과 현대 문화 텍스트를 가로지르며 젠더를 직물처럼 엮이고 풍경처럼 변화하는 것으로 사유한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정체성의 언어를 다시 혀끝에서부터 의심하게 만드는 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