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VC가 분산 운용…투자 전문 운용사 네트워크 확보 필요[정책 펀드, 성장의 조건 上-②]

기사 듣기
00:00 / 00:00

산은은 길을 내고, 투자 판단 주체는 민간 운용사
국민성장펀드, 간접투자로 민간 역할 확대
정책자금도 결국 경쟁…운용사 네트워크가 성패 갈라

▲일반 정책성펀드 사업구조도

국민성장펀드는 특정 1개 기관이 기업을 선별해 직접 투자하는 방식이 아니다. 정책자금의 효율적 집행과 민간의 전문성 활용을 위해 다수의 사모펀드운용사(PE)·벤처캐피털(VC)을 통해 분산 운용한다. 특히, 간접투자 자금은 정부 재정 자금이 산업은행을 거쳐 모(母)펀드 운용사로 내려간 뒤 다시 개별 자(子)펀드에 출자하는 구조로 최종 투자가 이뤄진다. 이에 따라 투자를 받으려는 기업들은 개별적으로 민간 운용사와의 접점을 늘리고 투자자 네트워크를 확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열린 사모펀드 연차총회에 산은 국민성장펀드 투자운용국 실무 책임자들이 참석해 투자 구조를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국민성장펀드 운용사 선정 시에 블라인드펀드(투자처를 정하지 않은 펀드) 소진율에 따른 심사 감점 요인 여부 등에 대한 지침이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국민성장펀드 자금을 일부 출자받아 실제 투자를 집행하는 일선 운용 기관이 민간 PE와 VC라는 점이 자리한다. 정책자금의 방향성과 원칙은 상위 단계에서 설정되지만, 개별 기업에 대한 구체적인 심사와 투자 판단은 최종 단계에 있는 민간 운용사의 몫이라는 얘기다.

이런 구조에서는 투자 자금 역시 여러 갈래로 쪼개질 수밖에 없다. 재간접 모펀드 단계에서 한 차례, 자펀드 단계에서 다시 한 차례 자금이 분산된다. 실제 1개 자펀드 운용사가 집행할 수 있는 투자 여력은 펀드별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기업이 접근할 수 있는 투자 창구는 단일화되지 않고, 복수의 운용사로 흩어진다. 국민성장펀드 자금 투자를 받으려는 기업으로서 특정 기관이나 단일 운용사에 의존하는 전략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투자 유치가 필요한 기업은 투자 전문 운용사 네트워크를 넓혀야 한다. 국민성장펀드 자금을 출자받은 PE·VC들은 각기 다른 투자 철학과 전략으로 선호하는 산업과 성장 단계도 다르다. 같은 정책자금을 운용하더라도 어떤 운용사는 초기 성장 기업을, 또 다른 운용사는 스케일업이나 프리 기업공개(IPO) 단계 기업을 선호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자기 회사와 맞는 운용사를 선별적으로 찾아 접촉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국민성장펀드 자금을 단순히 '정부 돈'으로 인식하는 접근 역시 현실에 맞지 않는다. 정책펀드는 큰 방향과 틀을 제시하지만, 그 안에서 실제 투자를 집행하는 것은 민간 운용사다. 따라서 기업은 정책 키워드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민간 투자자가 납득할 수 있는 사업성, 성장성, 수익 구조를 제시해야 한다. 정책과 시장 논리를 동시에 이해하는 전략이 요구되는 이유다.

이 과정에서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정보 수단 중 하나가 모태펀드 공시제도다. 국민성장펀드와 별도로 운영되는 모태펀드 사례 역시 기업이 참고할 수 있는 정보가 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모태펀드 공시제도를 도입해 펀드 운용 현황과 성과 정보를 체계적으로 공개하기로 했다. 출자·결성·투자·회수 등 펀드 운용 전반에 대한 정보뿐 아니라 청산 수익률과 투자기업 우수사례 등을 시각화해 제공할 계획이다.

국민성장펀드의 심사 구조는 한 번의 평가로 끝나는 방식이 아니라, 여러 단계의 운용사를 거치며 민간 투자자의 판단을 통과해야 하는 구조에 가깝다. 이 때문에 기업은 단기적인 정책 트렌드에 맞추기보다, 중장기적인 성장 스토리와 명확한 사업 전략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정책 방향과 민간 투자 논리를 연결하는 설명력이 곧 자금 조달 가능성을 좌우한다.

IB업계 관계자는 "자금이 분산 운용되는 구조에서는 충분한 민간 운용사 네트워크를 확보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간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 있다"며 "국민성장펀드라는 대형 정책자금이 조성됐다고 해도, 실제 투자 받는 과정은 경쟁적일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국 PE·VC가 분산 운용하는 구조를 정확히 이해하고, 다수의 투자 전문 운용사와 접점을 넓혀 나가는 기업만이 국민성장펀드 자금을 실질적인 성장 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많이 본 뉴스
댓글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