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치권, 총선용 감세 경쟁에 반발 확산⋯“저소득층 사회보장 초점 맞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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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보험료 부담 낮추란 요구 커져
타 국가 대비 저소득층 부담 높고 고소득층은 낮아
‘사회적 투자’ 관심 높지만, 정치권은 감세 정책만 외쳐
재정 건전성보다 표심 겨냥한 포퓰리즘이 선거 지배

▲지난달 27일 다카이치 사나에(가운데) 일본 총리가 도쿄에서 열린 중의원 선거 첫 유세에 참석하고 있다. (도쿄/AFP연합뉴스)

선거를 앞두고 일본 정치권에서 소비세 감세를 둘러싼 포퓰리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에 대한 반발도 확산되고 있다. 무작정 감세에 나서기보다는 저소득층 부담을 줄이는 사회보장과 육아·교육 등 미래 세대에 대한 재정 투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7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중의원 선거를 하루 앞두고 여야가 국가 재정의 핵심 세원으로 자리 잡은 소비세 감세를 주장하는 것이 사회보장 재원을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보도했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감세 기조를 강화하는 배경엔 일본 국민의 경제적 불안이 깔려 있다. 물가가 오르며 생활비도 오르는 상황에서 소득은 제자리라는 인식이 확산하며 세금과 사회보험료 부담을 줄이라는 요구가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여론조사 결과는 일본 사회의 이러한 분위기를 보여준다.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지난해 실시한 국제 여론조사에 따르면 ‘향후 1년 안에 생활 수준이 나아질 것’이라 답한 일본인 응답자는 전체의 10%에 불과했다. 이는 조사 대상이었던 30개 주요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치였다.

반면 ‘생활 수준이 1년 사이 더 나빠질 것’이라는 응답은 38%로 터키, 프랑스에 이어 3번째로 높았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은 감세를 통해 유권자의 불만을 달래고자 한다. 그러나 닛케이는 주요 13개 선진국과 비교하면 저소득층 부담은 가장 높고 고소득층 부담은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고 짚었다. 이로 인해 현역 세대를 중심으로 “부담은 늘어나는데 돌아오는 혜택은 적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고령층 중심으로 설계된 사회보장 제도가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의 국민부담률(조세수입과 사회보장기여금을 합한 금액이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5년도 기준 46%를 소폭 상회할 전망이다. 이는 주요 36개국 중 24위로, 수치상으로는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편에 속한다. 수치만 보면 부담이 과도하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문제는 부담과 혜택의 균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다이와종합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맞벌이 부부와 자녀 2명으로 구성된 4인 가구에서 연 소득 326만엔 이하인 저소득층의 순부담률은 9%를 웃돌았다. 반면 연 소득 2170만엔 이상 고소득층은 약 28% 수준이었다.

이런 흐름 속에서 교육과 취업, 육아를 중시하는 ‘사회적 투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하시모토 쓰토무 홋카이도대 교수는 “젊은 세대를 위한 성장 지원형 복지 정책을 선호하는 새로운 유형의 유권자가 약 20%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닛케이는 정치권이 감세 경쟁에만 매달리기보다 세금과 사회보장 제도를 함께 손보는 논의가 더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하며 연금·의료·요양 제도의 효율화, 육아·교육 지원 확대, 고소득층에 대한 과세 강화 등을 대안으로 거론했다.

모로토미 도오루 교토대 교수는 “저성장 시대에는 세금을 어떻게 쓰고, 구체적으로 어떤 서비스나 공공 혜택으로 돌려줄지에 대해 국민에게 잘 설명하는 것이 국민의 지지를 얻을 방법”이라고 말했다.

닛케이는 전문가들의 말은 인용해 경제 성장, 복지 확대, 국방 강화, 환경 보호 등 중장기적인 재정 수요 확대가 불가피한 가운데 일본 정치권이 감세 정책 경쟁이 아닌 재정 건전성을 지키며 국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중장기 경제 정책 경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짚었다.

하지만 선거가 코앞에 다가온 지금까지 일본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국민에게 세금 부담의 필요성을 설명하기보다는 선거 승리만을 위해 감세 정책만을 전면에 내세우는 포퓰리즘 정책만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 선거 압승이 확실시되는 여당이 선거 이후 실제로 소득세 감면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 전문가들은 낮다고 보고 있다.

요시모토 하지메 노무라종합연구소 시니어 이코노미스트는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식료품 소비세 제로 방안 검토를 가속하겠다고 했지만, 실현을 약속하진 않았다”며 “소비세 감세가 의제로는 올라가겠지만 당내 반대 세력들을 고려하면 실제 통과는 불투명하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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