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랠리의 동력은 실적·정책…하반기 변수는 물가·관세
외국계도 눈높이 상향…6000 가려면 지배구조 개혁·글로벌 유동성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오전 9시 50초께 전장 대비 1.89% 오른 5002.88을 기록하며 5000선을 돌파했다. ‘꿈의 지수’로 불렸던 5000선이 현실이 된 셈이다.
증권가는 5000 돌파 이후에도 추가 상승 여력이 남아있다는 전망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증권사들이 제시한 올해 코스피 상단은 한국투자증권 5650, 하나증권 5600, KB증권 5500, IBK투자증권 5300, 대신증권 5300, SK증권 5250, 유안타증권 5200이다. 시장의 관심은 이제 ‘5000 안착’을 넘어 5200~5650선 상단을 시험할 수 있느냐로 모인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 5000 돌파를 “단기 유동성에 따른 과열이라기보다 구조적 상승의 초기 국면”으로 평가했다. 반도체 중심의 이익 증가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이 밸류에이션 하단을 지지하고, 우호적인 글로벌 매크로 환경이 맞물리며 지수 레벨 상향이 가능해졌다는 설명이다. 그는 “상반기까지는 통화 완화 기대와 AI 투자 확대에 따른 이익 상향 조정 흐름이 이어져 추가 상승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면서도 “하반기로 갈수록 물가 상승 폭 재확대 여부가 지수 방향성을 결정할 핵심 변수”라고 짚었다. 아울러 최근 제기되는 ‘AI=닷컴버블’ 비교에 대해서는 “현재는 통화·재정 정책이 완화적이고, AI 관련 기업의 밸류에이션 부담도 과거보다 제한적”이라며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
김용구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기 부양과 유동성 공급 흐름 속에 반도체를 비롯한 전기전자, 자동차 등 한국 주력 산업의 펀더멘털이 강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코스피는 빠르면 1분기, 늦어도 상반기 중 5200선까지 추가 상승이 가능하다”며 “분수령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1분기 실적 시즌”이라고 내다봤다. 두 기업의 연간 영업이익 합계가 300조 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실적 발표 전까지 기대감이 지수 하단을 지지할 수 있다는 논리다.
다만 반도체 실적 기대가 충족되지 못할 경우 시장이 반대 흐름을 보일 가능성도 열려 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중심으로만 기업 이익이 개선되고 다른 업종은 상대적으로 부진하다는 점이 부담”이라며 “코스피 5000선을 넘어 해당 수준을 유지하려면 반도체 외 업종의 동반 회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의 관세 이슈 등 대외 변수가 발생할 경우 시장은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며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구조에서 미국 이외 지역으로 수출 다변화가 이뤄져야 현재의 상승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외 투자은행(IB)들도 한국 증시에 대한 눈높이를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외국계 증권사가 코스피 목표가를 3000선에서 5000선으로 상향하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6개월이었다. 씨티글로벌마켓증권, JP모간, 골드만삭스, 모간스탠리 등 주요 해외 증권사들은 최근 발간한 연간 증시 전망 보고서에서 한국 증시에 대한 시각을 상향 조정했다.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코스피 목표치를 기존 3700에서 5500으로 상향했다. 2001년부터 2007년 메모리 반도체 상승기 당시 최고 PBR(주가순자산비율) 1.7배를 기준으로 BPS(주당순자산가치)를 적용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JP모간은 기본 시나리오에서 코스피 목표치 5000을 제시하면서 강세장 6000·약세장 4000을 함께 제시했다. 골드만삭스도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비중확대’로 상향하고 목표치로 5000을 제시했다. 모간스탠리는 기본 시나리오 목표치를 3800에서 4500으로, 강세 시나리오 목표치를 4200에서 5000으로 올렸다.
이들은 공통으로 지배구조 개혁이 실제 정책을 통해 추진되고 있고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기술주 실적 개선이 뒷받침되고 있다는 점을 코스피 전망 상향 근거로 꼽았다. 최근 상승에도 코스피 밸류에이션이 과도하게 높지 않다는 분석도 내놨다. 씨티는 “올해 한국 경제가 골디락스 국면에 들어설 것”이라며 정부가 지배구조 개혁과 AI 혁신 등 시장친화적 정책을 추진할 여지가 확대될 수 있다고 봤다. 골드만삭스는 “지정학적 환경 변화가 한국에 장기적 투자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며 “주요국 중앙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도 주식시장에 호재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코스피가 5000에서 멈추지 않고 6000을 향해 달리기 위해선 조건이 더 까다롭다. 외국계 증권사들은 6000 도달의 전제 조건으로 지배구조 개혁의 지속성과 글로벌 유동성 완화를 꼽았다. 반도체·방산·전력 등 주도 산업의 이익 모멘텀이 이어지는 동시에, 주주가치 훼손에 대한 징벌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지배구조 투명성 격차가 실질적으로 해소돼야 한다는 주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