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과방위 쿠팡 청문회, 김범석 쿠팡Inc 불출석...미국인 임시대표, 의미 없는 대답만
"글로벌 CEO라 불참...언어도단"...."국민 분노, 온전 못할 것"
로저스 대표 "보상안 검토 중...金과 소통 묻자 "제가 책임자"

◇10년간 5차례 국회 증인 출석 ‘불응’? “제도 정비 시급”=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청문회의 최대 쟁점 사항은 단연 김 의장의 불출석이었다. 김 의장은 최근 10년간 단 한 차례도 국회 증인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지만,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았다. 이는 사실 쿠팡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앞서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의 경우, 2022년 10월 차량 결함 문제로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위원회 국정감사에 토마스 클라인 벤츠코리아 대표가 증인으로 선정됐지만 해외 출장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도 미국 국적의 외국인이라, 5월 국회 정무위 현안 질의에 불출석했다. 그 역시 특별한 제재를 받았기에, 출국금지령 등이 내려지자 결국 국회에 출석해 머리를 조아렸다. 이와 같은 사례는 근본적으로 국내 제도의 ‘구조적 허점’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증언감정법)은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은 증인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증감법의 제정 목적과는 달리 해당 규정이 적용된 실제 처벌은 거의 없었다. 2007년 서울중앙지검이 국감 불출석 증인 3명을 불구속 기소한 것이 사실상 처음이었을 정도다. 해외 체류 증인의 경우 출석요구서 송달 자체가 본인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고, 동행명령장을 발부해도 해외 구인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김 의장이 한국 법망을 빠져나가는 또 다른 통로는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제정된 외국인투자촉진법이다. 외국에서 법인만 설립하면 실제 소유주가 한국인이라도 외국인 투자등록이 가능한 허점이 존재한다. 과거 이른바 ‘검은머리 외국인’ 사례에서도 이러한 제도적 허점이 규제 회피 수단으로 악용된 바 있다.
공정거래법상 총수 지정 제도도 김 의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쿠팡은 2021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지만, 김 의장은 미국 국적을 이유로 총수 지정을 피했다. 공정위는 당시 통상 마찰 이슈 때문에 자연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하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미 FTA의 투자자-국가간 분쟁해결제도(ISD)가 공정위의 규제 권한을 사실상 제약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총수로 지정되지 않으면 사익편취 금지, 일감몰아주기 규제 등에서 벗어난다. 김 의장은 차등의결권으로 의결권 73.7%를 행사하며 지배력을 유지하지만, 한국에서는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가 형성됐다. 2021년 6월 한국 쿠팡 등기이사직 사임도 중대재해처벌법 처벌 대상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 빠진 청문회? 미국인 CEO “책임자는 나”= 이런 구조적 허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열린 국회 과방위 청문회는 시작부터 김 의장이 불출석한 경위를 두고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빗발쳤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글로벌 CEO라는 이유로 불참을 통보했는데 이는 언어도단”이라며 “국민을 우롱하고 쿠팡 투자자들에게 절망을 안긴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당 간사인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글로벌 기업이라도 대한민국 국민이 분노하고 용서하지 않으면 그 기업은 온전하지 못할 것”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일단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는 “(개인정보 유출 관련) 심려와 우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과한다”며 “조사 결과와 함께 보상안을 마련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김 의장의 현재 소재와 소통을 하고 있냐는 질문에는 “한국 쿠팡 대표는 저인 만큼 제가 대응할 문제”라며 김 의장의 보호막을 자처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또한 개인정보 유출 문제와 관련해 미국 기준으로는 신고 대상도 아니라며, 현재의 사태를 축소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로저스 대표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규정에 따르면 이번 사고 같은 경우는 중대 사고가 아니어서 공시할 의무는 없었다”면서 “다만 이번 이슈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받는 상황이기에 이를 고려해 오늘 공시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청문회장 밖에서도 쿠팡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쿠팡 탈퇴 소비자행동 발대식을 열었다. 협의회 관계자는 “쿠팡 사태는 명백한 기업 관리 부실에서 비롯된 문제로, 쿠팡 대응 역시 소비자 신뢰를 저버린 것”이라면서 “주도적인 소비자 행동을 통해 문제 해결을 이끌어낼 수밖에 없다”며 대국민 쿠팡 탈퇴 필요성을 천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