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민전 사건’ 박석률 45년 만에 재심 무죄⋯法 “불법구금·가혹행위 확인”

대법서 무기징역 확정⋯지난해 재심 개시 결정
고법, 檢 공소사실 ‘범죄의 증명 없음’으로 결론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등법원이 함께 쓰고 있는 서울 서초동 법원청사 전경 (연합뉴스)

박정희 정권 말기 ‘남조선민족해방전선 준비위원회(남민전)’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고(故) 박석률 씨가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이재권 부장판사)는 지난달 14일 박 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반공법 위반 사건 재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남민전은 1976년 반유신 민주화운동 등을 목표로 결성된 지하조직이다. 1979년 서울 시내에 유신체제를 비판하는 유인물을 배포하는 활동을 벌였다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80여 명이 검거됐다. 이재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김남주 시인 등도 관련 사건으로 옥살이를 했다.

당시 박 씨도 국가보안법·반공법 위반 혐의로 붙잡혀 재판에 넘겨졌다.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1980년 항소심과 대법원에서도 형이 유지됐다. 그는 약 10년간의 수감생활을 한 뒤 1988년 석방됐다.

재심에서 드러난 당시 수사 과정은 강압적이었다. 치안본부 수사관들은 1979년 11월 3일 밤 박 씨를 자택에서 영장 없이 연행한 뒤 조사실과 보호실 등에 불법 감금하며 폭행 등 가혹행위를 가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상황에서 작성된 피의자신문조서와 자필 진술서, 압수물 일체가 모두 적법절차 위반에 따른 ‘위법수집증거’라고 판단했다. 특히 당시 압수된 문건·물품 대부분도 불법 구금 중 임의제출 형식으로 확보돼 ‘헌법상 영장주의를 위반한 압수’라고 지적했다.

핵심 쟁점이던 남민전·민투 가입 여부와 반국가단체 활동 역시 입증되지 않았다. 박 씨는 일관되게 남민전 가입 사실을 부인했고, 공동피고인들의 진술도 수사기관의 고문 정황이 확인돼 신빙성이 낮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당시 남민전이 정부를 참칭하거나 국가를 변란할 목적의 단체로서 공산 계열의 노선에 따라 활동하는 반국가단체라는 사실을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공소사실 전반에 대해 ‘범죄의 증명 없음’으로 결론냈다.

박 씨는 2017년 사망해 동생 박석삼 씨가 지난해 재심을 청구했다. 법원은 올해 2월 수사 과정에서의 위법성을 인정해 재심 개시를 결정했고 이번 선고로 무죄가 최종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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