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대출 급증에 은행 건전성 ‘이중 압박’ [환율, 1500원의 경고장]

1500원대 눈앞…CET1 흔드는 고환율
중소기업대출 급증…한계기업 확대 흐름 지속
건전성 지표 악영향…연체율 상승세 뚜렷
구조조정 병행, 대출 효율성 제고 등 필요

▲미국 기술주 하락 여파로 코스피 종가가 3800선까지 밀려났다. 환율도 7개월 만에 1470원을 돌파하며 최고치를 기록했다. 2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보다 151.59포인트(3.79%) 하락한 3853.26을 나타내고 있다.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7.99포인트(3.14%) 내린 863.95에 거래를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주간 거래 종가(15시30분) 기준 전일 대비 7.7원 오른 1475.6원을 기록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원·달러 환율이 1400원 후반에서 좀처럼 내려오지 않는 고환율 국면이 고착화하면서 은행권의 건전성 관리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며 중소기업대출 공급이 빠르게 늘어나는 가운데 경기 둔화와 연체율 상승 흐름까지 겹치며 은행 자본비율과 대출자산의 질이 동시에 압박받는 상황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3.6원 낮은 1472.0원으로 출발해 1470원대 초반에서 등락하고 있다. 단기 변동 폭은 제한적이지만 환율 수준이 높게 유지되면서 사실상 ‘1500원대 뉴노멀’ 가능성이 시장에 자리 잡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고환율이 이어지면 외화표시 자산의 원화 환산액이 불어나 은행의 위험가중자산(RWA)이 증가하고 이는 곧 보통주자본비율(CET1) 같은 핵심 건전성 지표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CET1은 은행이 보통주자본으로 위험자산을 얼마나 흡수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은행의 자본 건전성을 평가할 때 가장 우선적으로 확인하는 항목이다. CET1이 낮아지면 손실흡수 능력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배당·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계획에도 제약이 생기기 때문에 은행들이 가장 민감하게 관리하는 지표이기도 하다. 업계에서는 환율이 10원 오를 때 CET1이 약 1~3bp(1bp=0.01%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 고환율이 장기화할 경우 자본비율 관리 부담이 누적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환율에 취약한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빠른 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말 기준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675조8371억 원으로 한 달 새 4조7495억 원 증가했다. 가계대출 총량 규제 속에서 은행들이 기업·산업자금 공급에 집중한 영향이 크다. 당국의 상생금융 실적평가 도입도 중소기업대출 확대를 유도한 요인으로 거론된다.

문제는 중소기업 대출이 양적 증가 속도보다 ‘질적 부담’이 더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제조업 중심으로 내수 부진, 중국발 공급 과잉, 미국발 고관세 등 복합 불확실성이 겹치며 중소기업 자금사정이 급속히 나빠지고 있다. IBK기업은행의 올해 3분기 연체율은 1.00%를 기록해 금융위기였던 2009년 1분기(1.02%)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기업대출만 보면 연체율은 1.03%로 1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시중은행 네 곳의 중소기업대출 연체율도 3분기 평균 0.53%까지 올라 2017년 1분(0.59%) 이후 가장 높았고 부산·경남·전북·광주 등 지방은행 네 곳의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평균 1%대를 나타내며 시중은행보다 더 악화된 흐름을 보였다.

한계기업 비중도 확대 추세다. 최근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 미만인 기업 비중은 17%대를 기록해 2010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중소기업만 보면 비중은 전체 평균보다 더 높아 대출상환 능력 저하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고환율로 인한 RWA 증가와 중소기업대출 확대가 겹치면 자본비율 관리가 더욱 까다로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소기업 연체율이 빠르게 오르고 있는 만큼 대출 확대보다는 구조조정 병행, 대출 효율성 제고, 산업별 지원책 강화 등 균형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고환율·경기둔화·연체율 상승이라는 '삼중 압력'이 지속될 경우 금융권의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중소기업 지원 기조는 이어가되 고환율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는 자본비율 관리 난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리스크가 확대되는 만큼 대출 포트폴리오 점검과 자본 완충력 확보를 병행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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