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10·15 부동산대책, ‘통계 조작’ 처음 판 청년 정치인

10월 15일 정부가 발표한 이른바 ‘10·15 부동산 대책’은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는 초고강도 규제였다.
이 과정에서 국토교통부가 ‘법에 명시된 최신 통계’를 고의로 배제하고 규제를 밀어붙였다는 의혹을 가장 먼저 제기한 사람이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다. 그는 서울 도봉·강북·중랑·금천, 경기 의왕·성남 중원·수원 장안·팔달 등 8개 지역이 법정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데도 규제에 포함됐다며 “위법한 행정처분”이라고 주장하고 취소소송과 효력정지 신청을 제기했다. 천 원내대표의 문제 제기는 곧바로 정치권 전반으로 번져 국민의힘도 별도 소송을 검토하는 등 후폭풍을 낳았다. 10·15 대책의 통계 조작 의혹을 최초로 제기한 그는 말 그대로 이 사안의 ‘퍼스트 펭귄’이었다.
천 원내대표는 동시에 ‘집 한 채 팔아 이사 한 번 가기도 어려운 세대’를 체감하는 30대 후반의 청년 정치인이기도 하다. 그는 예산 심사에서 디딤돌·버팀목 대출 3.7조 원 삭감, 공공분양 예산 71% 감액 등을 집요하게 추적하며 “이 정부는 집값만 누르려 할 뿐, 청년과 서민의 주거 사다리를 걷어차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투데이는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천 원내대표를 만나 10·15 대책의 위법성 논란, 전세의 월세화와 글로벌 자본의 임대시장 진출, 그리고 향후 10~20년 한국 주거 구조에 대한 그의 구상을 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을 간추린 것이다.
– 10·15 대책이 ‘위법한 행정처분’이라고 보는 가장 핵심 근거는 무엇인가.
“최근 통계인 9월 통계를 의도적으로 배제했다. 부동산 규제를 하려면 ‘최근에 가격이 많이 올랐다’는 게 핵심 이유니까 당연히 최신 통계에 기반해 데이터 행정을 해야 한다. 9월 통계가 이미 나와 있는데도 8월까지만 쓰겠다는 건 비상식적일 뿐 아니라 법에도 어긋난다.”
조정대상지역 지정은 “최근 3개월 주택가격 상승률이 소비자물가상승률의 1.3배를 넘어야 한다”는 주택법 시행령 기준에 따라 결정된다. 국토교통부는 10·15 대책에 6~8월 통계를 적용했고, 9월 통계를 쓰지 않은 점이 논란이 됐다. 9월 통계를 반영해 계산하면 서울·경기 등 8개 지역은 빠지는 반면 화성·광주 등 일부 지역은 요건을 충족해 지정 여부를 재량으로 검토할 수 있는 지역으로 분류된다.
- 9월 통계를 넣으면 어떤 지역이 문제가 되나.
“주택 가격 상승률 요건이 있다고 해서 의무적으로 지정해야 하는 건 아니다. 재량이라는 게 ‘요건을 갖춘 곳을 지정할지 말지’에 대한 재량이지, ‘요건이 안 되는 곳을 넣을 재량’은 없다. 도봉·강북·중랑·금천 같은 곳은 요건이 안 갖춰진다. 아무리 넣고 싶어도 넣을 재량이 없는데 그냥 넣어버린 것이다. 반대로 경기도 화성 같은 곳은 8월을 쓰든 9월을 쓰든 요건을 충족해서 정식으로 재량을 행사해 넣거나 뺄 수 있는 지역이다. 그런데 정부는 요건이 안 되는 서울 일부는 억지로 넣고, 오히려 풍선효과를 더 우려해야 할 동탄 같은 곳은 뺀 것이다.”
– 정부는 ‘9월 통계가 발표 전이라 쓸 수 없었다’고 설명한다.
“9월 통계가 10월 10일에 내부적으로 완성돼요. 공개는 10월 15일이지만, 추석 연휴 직후부터는 9월 통계를 써야 하는 상황이었고, 실제로 국토부가 9월 통계를 받아봤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도봉·강북·중랑 등은 기준에서 빠지니까 정부 측에서는 당황했을 것이다. 그래서 9월 통계가 10월 15일 오후 2시에 공개되기 전에 8월 통계만 가지고 그날 오전에 대책을 발표해버린 것이다. 주거정책심의위원회도 그 일정에 맞춰 ‘속도전’으로 돌아갔다.”
정부는 10월 15일 오전 10시에 10·15 대책을 발표했고, 국토부 산하 기관인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9월 주택가격동향조사’ 통계는 같은 날 오후 2시에 공개됐다. 정부는 이를 근거로 “8월 통계를 적용했다”고 설명하지만, 통계법 제27조의2는 작성된 통계를 발표 전날 관계 기관에 제공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토부가 이미 9월 통계를 전달받고도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는 논란이 제기되는 이유다.
주거정책심의위원회 절차도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기 어려운 방식으로 진행됐다는 게 천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국토부는 10월 13일 공문을 보내면서 심의 자료는 퇴근 이후에 별도로 전달했고, 다음 날(14일) 오후 3시까지 차관 결재를 받아 회신하도록 했다. 위원 대부분이 타 부처 차관인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검토 시간이 부족한 일정이었다는 것이다. 실제 10개 부처 중 5곳이 회신하지 못했다. 6월 27일 대책 심의 당시에는 사흘의 검토 기간을 줬다.
“제가 그래서 ‘이건 통계 조작’이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국가가 최신 통계를 받아보고도, 자기들 입맛에 안 맞는다고 묻어버린 것이다. 그렇게 할 바에는 국가 통계를 왜 만드냐. 비싼 돈 들여서 통계를 생산해 놓고, 정치적으로 마음에 드는 숫자만 골라 쓰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가 국가를 어떻게 믿느냐.”
– 9월 통계를 빼면서까지 서울 전역을 규제하려 했던 정치적 의도는 뭐라고 보나.
“부동산 규제를 찔끔찔끔해서 지역을 확대해 나가면 확대할 때마다 지역의 반발이 커진다. 서울시장 선거가 사실상 가시권에 들어온 상황에서 지역을 하나하나 추가하는 건 정부 입장에선 부담이 컸을 거다. 차라리 서울 전역을 한 번에 묶어서 하면 정치적으로 매를 한 번에 맞고 넘어간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가장 강력한 규제를 일괄 적용해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정치적 노림수가 있었다고 본다.”
– 이 문제를 처음 어떻게 포착하게 됐나.
“처음엔 당연히 9월 통계까지 반영한 줄 알았다. 10월 대책이니까. 그런데 선임 비서관이 9월 통계를 넣어보니까 법정 요건이 안 되는 지역들이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국토부에 ‘왜 9월 통계를 안 썼냐’고 물었더니 ‘8월까지만 반영했다’고 했다. 그 과정에서 실무자들은 우려했는데 윗선에서 ‘서울 전역으로 가야 한다’고 밀어붙였다는 얘기도 들었다. 결국 ‘자기들 입맛에 안 맞는 통계는 묻어 버리려 했다’는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그래서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제기했고, 부총리도 제대로 대답을 못 했다.”
– 행정소송에서 승소·패소 때 각각 어떤 변화가 예상되나.
“우선 승소하면 재판부가 처분 효력 정지를 바로 하겠다는 입장을 이미 밝혔다. 서울 4개, 경기 4개, 총 8개 지역에 대한 10·15 대책 규제가 1심만 이겨도 사실상 해제되는 것이다. 2·3심이 길어져도 규제는 풀린 상태에서 재판이 계속되는 구조다.
패소할 경우에는 두 가지가 있다. ‘위법하긴 한데, 지금 취소하면 혼란이 크다’면서 위법성을 인정하면서도 규제를 유지하는 ‘사정판결’이 하나고, 아예 ‘위법성이 없다’고 보는 경우가 하나다. 문제는 ‘위법하지만 유지’일 때다. 이 경우 취득세·양도세 중과로 세금을 더 낸 사람들은 조세소송과 세금 환급 소송을 대거 제기할 수 있고, 국가배상 소송도 들어올 수 있다. 결국, 행정편의적으로 덮으려 했다가 세금 문제에서 더 큰 혼란과 소송 폭탄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 이번 규제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누구라고 보나.
“재건축·재개발 조합도 한 축이지만, 제일 큰 피해는 ‘이사 가려던 평범한 실수요자’들이다. 어떤 한 분은 순천 행사장까지 저를 찾아와 호소했다. 본인은 집 한 채 있는 실거주자인데, 집을 팔아 다른 집으로 이사 가려고 매매 계약을 다 해놓은 상태였다. 이사 갈 집도 거의 다 봐둔 상황이었고. 그런데 자기 집을 사기로 한 사람이 대출 규제 때문에 대출이 막히면서 계약이 파기되고 이사 계획이 완전히 어그러진 거다. ‘이재명 정부 때문에 이사도 못 가게 생겼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그냥 그 집에 계속 살 사람들은 규제를 체감하는 속도가 늦지만, 이사 계획이 있던 사람들, 전·월세 구해야 하는 사람들은 지금 이 규제를 당장 피부로 느끼고 있다.”

– 이재명 정부의 세 차례 부동산 대책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면.
“저는 빵점을 줄 수밖에 없다. 위법한 행정은 빵점이 아니라 사실 마이너스를 줘야 하는 거고. 하면 안 되는 행정이다. 지금 이 대책들은 뚜껑을 닫아놓은 거지, 끓고 있는 불을 끈 게 아니다. 버너 위에 냄비를 올려놓고 계속 끓고 있는데, 억지로 뚜껑 닫고 거기에 돌덩이를 얹어놓은 모양새다. 캠핑장에서 누가 그렇게 하고 있으면 ‘위험한 짓’이라고 말릴 것이다. 규제 지역이라고 이름만 붙여놨지, 현금 부자들 리그는 계속 돌아가고, 그 와중에 전·월세 매물은 씨가 말라 실수요자들이 더 힘들어지는 국면으로 가고 있다. 이건 낙제점 이상, ‘마이너스 점수’ 줄 수밖에 없는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 국회 예결특위 예산 심사에서 디딤돌·버팀목 대출 3.7조 원 삭감 문제를 강하게 지적했다.
“이재명 정부 들어서는 임대주택에만 예산을 몰빵하고 있다. 그러면서 디딤돌·버팀목 같은 정책 대출을 왜 줄였냐고 하면 ‘이런 대출도 부동산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서 집값 올리는 데 작용한다’는 거다. 그런데 실제 살아야 해서 전세자금 대출받아야 하는 진짜 실수요자들, 실거주자들까지 그런 정책 대출을 다 없애버리면 어떡하나. 우리는 ‘필요한 사람들이 이 지역에 살아야 하니까 집값을 잡자’고 하는 거지, 집값을 잡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지금 주거의 사다리를 올라가고 싶은 건 사람의 기본 욕망인데, 이 정부는 ‘그 사다리 타지 말고 가장 낮은 단계 임대주택에만 머물러 있어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 그래서 ‘대부분이 임대주택에 살고, 민주당이 항상 이기는 서울’을 만들려는 거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는 건데, 저는 웃기만 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서 디딤돌·버팀목 대출 등 주택 구입·전세자금 정책금융 규모를 3조7000억 원(약 27%) 줄이는 한편, 공공임대 관련 예산은 상대적으로 확대하는 방향을 택했다.
– 노무현·문재인 정부 때도 집값이 크게 올랐다. 진보 정부에서 집값이 반복적으로 폭등한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민주당 정부는 시중에 돈을 많이 풀고 싶어 한다. 확장 재정하고 싶어 하고, 유동성을 많이 공급하고 싶어 한다. 근데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산 시장으로 돈이 많이 간다. 소비 쿠폰 13조 풀었다고 하면 맛없는 집 가지 않고 맛집 가지 않나. 맛집 사장님들 입장에선 초과 수익이 나고 일정 규모 이상 돈이 쌓이면 결국 부동산 시장으로 간다. 시중에 돈을 풀면서 부동산이 안 오르기를 바라는 건 굉장히 어렵다. 그러려면 아주 뛰어난 공급 정책을 해야 하는데, 그 능력은 없으니까 ‘뚜껑 덮고 돌덩이 얹는 방식’으로 대신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제는 ‘민주당 정부가 집권하면 부동산이 오른다’는 심리마저 형성돼 있다. 규제하면 할수록 사람들은 ‘규제 지역은 국가가 찍어준 더 오를 유망 지역’이라고 학습해왔다. 그래서 민주당 정부가 어떤 규제책을 내놔도 효과가 없고, 오히려 ‘지금 안 사면 다음번에 더 강한 규제가 나올 거니까 지금 빨리 사야 한다’는 포모(FOMO·소외공포)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만 부추기는 구조가 돼버렸다.”

–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이 한국 임대주택 시장에 대거 들어오고 있다. 전세의 월세화와 맞물려 어떤 영향을 가져올까.
“전세는 양날의 검이다. 갭 투자가 가능해져서 부동산을 밀어 올리는 효과도 있지만, 전세가 있기 때문에 월세가 싸다는 장점도 있다. 서울이 글로벌 주요 도시가 됐는데도 월세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인 이유가 전세라는 경쟁자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10·15 규제 등으로 실거주만 허용하는 구조가 되면 전세 공급이 줄고, 결국 전세라는 경쟁자가 사라지면 월세는 견제받지 않고 올라갈 수 있다. 저는 모건스탠리 같은 다국적 부동산 업체들이 그 시점을 염두에 두고 움직이고 있다고 본다. 전세 제도가 완전히 종말을 맞게 되면 월세 급등 현상은 더 가속화될 것이다. 그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한국 부동산은 ‘향후 현금 창출력’ 기준으로 아직 저평가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전세가 가격을 올리는 면도 있지만, 월세가 오르면 또 그게 부동산 가격과 수익률을 더 끌어올린다.”
– 청년 정치인으로서 향후 10~20년 한국의 주거 구조는 어떻게 재설계돼야 한다고 보나.
“사실 제일 좋은 부동산 대책은 지역 균형 발전이다. 서울에 모든 것이 집중되고, 모두가 서울에서 직장을 얻기를 원하는 상황에서 서울 집값을 진정시키기는 쉽지 않다. 단기적으로 등락 폭을 줄이려면, 재건축·재개발 같은 공급을 오히려 증진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80년대 생활 수준과 2020년대 생활 수준이 엄청나게 다르다. 80년대에 지어진 아파트는 지금 국민들이 바라는 주거 수준이 아니다. 그래서 모두가 신축을 찾는 거고, 이걸 더 빠르고 신속하게 진행해야 하는데 ‘재건축·재개발하면 집값 오르니까 막아야 된다’고 생각하면 답이 없다. 강남 가격을 억지로 막으려 했던 문재인 정부 때의 개입, 오히려 마포·용산·성동까지 ‘평생 벌어도 사기 어려운 지역’으로 만들어 놓은 게 현실이다. 자연스럽게 오를 부분은 감내하되, 재건축·재개발이 합리적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게 청년·서민 주거 사다리를 복원하는 첫걸음이라고 본다.”
– 마지막으로 이번 10·15 대책과 소송전이 내년 6·3 지방선거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나.
“갈수록 민주당 입장에서는 악재가 쌓일 것이다. 서울 선거는 아주 타이트한 선거일 텐데, 이번 대책은 서울 표심에 상당한 악영향을 줄 거다. 이 정도 부동산 대책을 내놓고 민주당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기는 건 불가능하다고 본다. 전·월세를 새로 얻어야 하는 사람들, 이사 가려다 대출 규제에 가로막힌 사람들의 불편과 분노는 누적될 수밖에 없다. 검찰·사법 개혁과 달리 부동산은 국민 삶에 바로 닿아 있는 민생 문제다. 민주당이 지금 정치적으로도, 정책적으로도 가장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고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