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부동산 침체에...중견 건설사, 비주택·수도권 소규모 정비로 체질 전환

▲엠코테크놀로지 송도사업장 신규 테스트동 증축공사 조감도. (사진제공=동부건설)

지방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중견 건설사들이 비주택·산업시설·공공사업 중심의 포트폴리오 확대와 수도권 소규모 정비사업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방 주택경기 악화와 대형 건설사의 초대형 정비사업 쏠림이 맞물리면서 중견사들이 생존 전략 차원의 사업 구조 재편에 나선 모습이다.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동부건설은 최근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 ‘송도사업장 신규 테스트동 증축공사’를 수주했다. 이 사업은 1903억 원 규모로 인천 송도에 연면적 4만5761㎡ 규모의 반도체 테스트 공장을 증축하는 사업이다.

이로써 동부건설은 올해 하반기 민간 산업플랜트 분야에서만 약 3788억 원의 신규 수주를 기록하게 됐다. 이번 프로젝트 외에도 △용인 오뚜기물류서비스 백암 물류센터 신축공사(스마트 물류센터) △강원 홍천 삼성메디슨 공장 증축공사(의료기기 설비) 등 비주택 분야의 굵직한 사업을 연달아 확보하고 있다.

비주택 중심 재편은 동부건설만의 흐름이 아니다. 금호건설은 지난달 한국전력이 발주한 ‘500kV 동해안#2변환소 토건공사’를 수주했다. 총 사업비는 1187억 원이며 금호건설은 컨소시엄 주관사로 참여해 75%(890억 원)의 지분을 맡는다.

이 밖에도 총 6012억 원 규모의 전남 함평 ‘축산자원개발부 이전사업’(금호건설 지분 3607억 원), 중부발전 함안복합발전소 야드공사, 대구 조야~동명 광역도로 건설공사 등 공공·산업시설 수주를 잇달아 확보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HS화성이 수주한 잠원한신타운 소규모 재건축사업 조감도. (사진제공=HS화성)

주택 분야에서는 지방 기반 중견사들의 ‘상경 러시’가 가시화되고 있다. 대형사들이 강남·여의도·마포 등 초대형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집중하면서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가로주택·모아타운·소규모 재건축 등 틈새시장은 중견사들이 빠르게 선점하는 분위기다.

대구 기반의 HS화성은 지방 미분양 리스크 심화에 대응해 조직을 개편하고 수도권 정비시장 공략에 나섰다. HS화성은 최근 출시한 하이엔드 브랜드 ‘에크라(EHCRA)’를 앞세워 서울·경기권 정비사업에서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HS화성은 지난 9월 서초구 잠원동 ‘잠원한신타운 소규모 재건축정비사업’을 수주하며 창사 이후 첫 서울 진출을 이뤘고 지난달에는 성동구 성수동1가 신성연립 소규모 재건축 사업까지 확보해 두 달여 만에 1650억 원 이상 규모의 수도권 실적을 쌓았다.

한신공영도 소규모 정비에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신공영은 지난 9월 은평구 대조동 가로주택정비사업(공사비 1505억 원)을 수주한 데 이어, 이달 초 금천구 시흥1동 모아타운 A-1·A-2 구역을 동시에 따내면서 서울 모아타운 사업에서만 총 2262억 원 규모의 실적을 확보했다.

주택 브랜드 ‘하우스토리’로 알려진 남광토건도 최근 영등포 영진시장 재개발 사업을 수주했고 호반건설은 지난달 서울사업소를 개소하며 수도권 정비사업 전담 조직을 구축했다.

업계에서는 지방 미분양이 급증하고 원자재값도 급등하면서 지방 기반 중견사들이 주택사업 중심으로는 더 이상 안정적인 실적을 내기 어려워졌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경기 변동 영향을 덜 받고 수요가 확실한 비주택·산업시설과 수도권 소규모 정비사업이 중견사의 새로운 생존 전략으로 부상했다는 분석이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대형사들은 대규모 사업성이 높은 재건축 위주로 움직이고 중견사들은 비주택·산업시설·소규모 정비사업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하며 각자 노선이 갈라지는 모습”이라며 “앞으로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중견사 간 정비사업 수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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