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수능 국어 17번, 정답 없다"…포항공대 교수의 문제제기

(출처='국어의 기술' 유튜브 캡처)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국어 영역 17번 문항에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19일 교육계에 따르면 이충형 포항공대(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 게시판에 글을 올려 “수능 국어 시험에 칸트 관련 문제가 나왔다고 해 풀어 봤는데, 17번 문항에는 정답이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문제는 독일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의 ‘인격 동일성’ 개념을 다룬 고난도 독서 문항이다. 두뇌에서 일어나는 의식을 스캔해 프로그램으로 재현한 경우, 본래의 자신과 재현된 의식은 동일한 인격이 아니라고 보는 ‘갑’의 입장을 제시하고, 이를 이해한 반응을 고르는 형식이다. 평가원이 공개한 정답은 3번이다.

그러나 이 교수는 정답으로 제시된 3번이 성립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지문에는 “칸트 이전까지 인격의 동일성은 ‘생각하는 나’인 영혼이 단일한 주관으로 지속한다는 견해가 유력했다”는 문장이 등장한다. 이 교수는 이를 근거로 “의식을 스캔해 재현하면 ‘단일한 주관’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므로, ‘생각하는 나의 지속만으로는 인격 동일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갑의 입장은 오히려 옳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교수는 일부 풀이가 사용하는 “a=b이고 a가 C면 b도 C다”라는 논증 구조가 이 문항에는 적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생각하는 나’와 ‘영혼’이 동일하다는 연결고리가 지문과 보기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논증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수적 동일성 개념을 다룬 논문으로 ‘철학자 연감(The Philosopher’s Annual)’ 선정 ‘2022년 최고의 철학 논문 10편’에 오른 전문가다.

독해·논리 강사 이해황 씨도 유튜브를 통해 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는 “이 교수님의 분석을 받고 검토해 본 결과, 구조적으로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 문항이라는 판단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2026학년도 수능 국어 17번 문항은 EBS·학원가·수험생 모두가 고난도로 꼽은 문항으로, 출제 오류 논란이 확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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