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시장 정상화” 외쳤지만…양극화의 늪에 빠지다 [정권별 부동산, 결정적 장면⑩]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이념 차원에서 접근하면 시장이 왜곡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2023년 새해 부동산 정책 방향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윤석열 정부는 전 정권의 과도한 규제를 해제하고 공급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 다만 강남과 비강남의 집값이 급격히 벌어지며 양극화 시기로 꼽힌다.

윤 전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 시절 급등한 집값을 잡기 위해 징벌적 세제 규제를 해소하고 대규모 민간 주택 공급을 목표로 삼았다. 출범 직후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조치를 1년간 한시적으로 유예했다. 2022년 5월 10일 이후로 주택을 2년 이상 보유하고 잔금을 치르거나 등기를 이전하는 다주택자는 중과세율을 적용받지 않고 최고 45%의 기본세율로 매도할 수 있게 됐다.

취임 후 첫 부동산 대책인 ‘임대차 시장 안정 방안 및 3분기 추진 부동산 정상화 과제(6·21 부동산대책)’을 통해 시장 정상화를 추진했다. 또한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5년간 250만 가구 이상을 공급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중 약 200만 가구가 민간 주도 방식이다. 이를 위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도 추진했다. 그러나 여소야대 정국에서 상당수의 정책은 국회의 벽을 넘지 못했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성 확보를 위해 분양가상한제 개편에도 나섰다. 분양가상한제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7월 공공택지뿐 아니라 민간택지 아파트에도 확대 적용되면서 도심 공급을 막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윤석열 정부는 분양가 산정 과정에서 이주비 대출이자와 상가 세입자 영업손실 보상비, 조합 운영비 등을 반영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특히 서울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모든 지역의 규제지역을 해제했다. 문재인 정부가 2017년 서울 전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했던 조치를 뒤집은 것이다. 또 다주택자 규제를 완화해 규제지역 내 다주택자 주택담보대출 LTV를 30%까지 허용했다.

그러나 강력한 규제 완화에도 시장 반응은 미미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미국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주택시장이 타격을 입으며 집값 내림세가 이어졌다. KB부동산 월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에 따르면 2022년 전국 집값은 3.43% 하락했다. 같은 기간 서울은 3.19% 하락했지만 강남 11개 구는 2.74%로, 강북 14개 구의 3.68%보다 낙폭이 적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4월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도시주택공급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전체적인 가격 상승률은 낮았지만 강남과 비강남의 격차만 더 커졌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 임기 중 강남 전용면적 84㎡ 아파트 평균 시세는 32억3000만 원을 기록했다. 비강남은 10억2000만 원으로, 격차는 22억1000만 원까지 벌어졌다. 2003년 강남과 비강남의 격차는 2억6000만 원 수준이었으나 10년 만에 10배로 확대됐다.

정택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국책사업팀 부장은 “윤석열 정부는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을 되살리기 위해 분양가상한제 완화,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 등 강도 높은 규제 완화책을 잇달아 내놨지만 이런 정책들이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자극하면서 투기 수요를 키우고 강남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급 확대가 서민 주거 안정으로 이어진다는 인식과 달리 실제로는 재건축·재개발 추진 지역을 중심으로 투기가 활성화되는 구조”라며 “여기에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까지 더해지면서 ‘똘똘한 한 채’ 수요가 강남권으로 집중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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