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부터 자영업자까지...與, 고의·중과실 '5배 징벌배상'안 발의 [징벌적 손해배상]

오기형 의원, 상법개정안 대표발의…손해 5배 또는 이득액 전액 환수
21대 국회 당시 발의안 5년 만 재추진…전 산업 상행위에 일괄 적용
도입시 배임죄 폐지와 연계한 '형사책임↓ 민사책임↑' 패키지 될 전망
입증책임 피해자서 기업으로 전환…배상금 산정시 과실·손해 고려

▲더불어민주당 코스피5000 특위 위원장인 오기형 의원이 지난달 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코스피5000 특위·경제형벌민사책임합리화TF-경제8단체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대기업은 물론 중소상인부터 노점상까지 모든 상인의 고의·중과실로 인한 손해 발생 시 ‘최대 5배 징벌배상’ 원칙을 적용하는 상법 개정 추진에 시동을 걸었다. 이재명 정부의 ‘비범죄화+민사제재 강화’ 기조와 맞물려 형사 제재 완화 대신 민사책임 강화를 제도화하려는 정책 신호로 읽힌다. 시장에선 전 산업을 법적 리스크 체계로 편입시키는 과잉 규제라는 비판과 함께 기업 경영활동의 예측 가능성을 흔드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의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하고 전일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했다. 법안은 같은 당 채현일, 허영, 진성준, 박지원, 위성곤, 이용우, 임미애, 이재관, 박홍배 의원이 공동발의했다.

 개정안은 상인의 고의 또는 중과실로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손해액의 최대 5배 또는 상인이 해당 행위로 얻은 이득액 중 더 큰 금액까지 배상책임을 지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지금까지는 피해자가 입은 손해만 갚으면 됐지만, 앞으로는 불법으로 번 돈을 다 내놔야 한다는 의미다.

 모든 업종의 기업과 개인사업자가 대상이다. 현행 하도급법(5배)·제조물책임법(3배)·환경보건법(3배) 등 개별법에 흩어진 징벌배상 규정을 상법 제66조의2로 신설해 제조·유통·서비스·금융·부동산 등 모든 상행위에 일괄 적용하도록 설계됐다.

 기업이 면책 사유를 입증하도록 입증 부담도 강화토록 한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일부러(고의) 또는 큰 실수(중과실)로 남에게 피해를 준 경우를 적용대상으로 규정하되 기업이 면책받으려면 2가지를 입증하도록 했다. 법안에 따르면 ‘상인’이 면책받으려면 ‘상행위가 아니었음’ 또는 ‘충분한 주의를 기울였음’을 스스로 증명해야 면책된다. 사실상 ‘무죄추정’ 원칙의 반대 구조다.

 대기업은 법무·컴플라이언스 조직을 통해 대응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 대부분은 내부 문서화·감사 체계를 갖추기 어렵다. 결국 기업의 규모와 무관하게 모든 거래 과정에서 법적 방어를 전제로 한 업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셈이다.

 이번 법안은 오 의원이 21대 국회에서 발의했던 징벌배상 법안을 기반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입법예고했던 법안을 참고해서 만들어졌다. 오 의원은 2020년 9월 징벌배상 법안을 발의했다. 지난달 30일 이재명 정부가 특별배임죄 폐지 방침을 발표한 만큼 도입될 경우 ‘형사처벌 축소’와 ‘민사책임 강화’라는 정부 여당의 정책 패키지의 연장선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서는 경제 전반에 사법 리스크가 확산되는 구조적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사실상 전 산업을 잠재적 가해자로 보는 포괄입법”이라며 “투자심리 위축과 경영 리스크가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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