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전세난, 월세 전환 가속화 [부동산대책 안통하는 시장③]

전국 주택 시장의 월세 비중이 꾸준히 늘고 있는 가운데 전세 매물은 급감하며 전셋값이 치솟고 있다. 정부의 6ㆍ27 대출 규제가 전세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집주인들이 월세 선호로 돌아섰고, 가을 이사철 수요까지 겹치면서 전세 수급 불균형이 심화하는 모습이다.

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주택 임대차 계약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꾸준히 증가세다. 서울 아파트 월세 비중은 대출규제가 발표됐던 6월(1~6월 누적) 43.9%에서 8월(1~8월 누적) 44%로 0.1%포인트(p) 상승했다. 수도권 월세 비중도 같은 기간 44.8%에서 45.3%로 0.5%포인트 늘었다. 전국 전체주택을 기준으로 보면 월세 쏠림이 더욱 두드러진다. 올해 들어 전국 전체주택 월세 거래량 비중은 62.2%로 전년 동기(57.4%)보다 4.8%포인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주택 월세 비중은 64.1%, 수도권도 60.8%로 절반을 훌쩍 넘었다.

월세가 늘면서 전세 비중은 줄어드는 추세다. KB부동산 월간 주택가격 동향 자료를 보면, 9월 서울 전세 수급 지수는 154.2로 전월보다 2.2포인트 올랐다. 이는 2021년 8월(177.0포인트)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전세 수급 지수는 KB부동산이 협력 중개사들을 대상으로 전세 수요와 공급을 조사한 지표다. 100을 초과해 커질수록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의미며, 150을 넘으면 전세 대란이 일 수 있는 위험 단계로 해석한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포착된다. 9월 넷째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수급 지수는 102.4로 전주보다 0.4%포인트 상승했다. 이 지수 또한 100을 넘으면 수요가 공급을 초과했다는 의미다.

비중 축소와 함께 전반적인 전세 물건도 줄어들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4309건으로, 6·27 규제 시행 전인 6월 26일(2만4897건)과 비교하면 2.4% 줄었다. 특히 서울에서도 중저가 밀집 지역의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3개월 전과 비교해 성북구 전세 매물이 36.6% 감소해 가장 높고, 중랑구(-36.2%), 관악구(-30.1%), 성동구(-28%) 순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매물이 줄면서 전세가격은 치솟고 있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넷째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률은 0.09%로 전주 0.07%에서 확대됐다.

KB부동산에 따르면 9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6억5431만 원으로 2022년 11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외곽지역인 강서구 마곡13단지 힐스테이트마스터 59㎡ 전셋값이 지난달 9억 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경신했으며, 강동구 고덕그라시움 전용 59㎡도 지난달 전셋값이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처럼 전세 수급이 갈수록 악화하는 건 계절적 요인에 더해 정부 정책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가을 이사철이 시작되면서 전세 수요는 늘고 있는데 정부가 대출규제를 통해 전세 대출에 대한 문턱을 높이면서 물량은 줄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앞서 6ㆍ27 부동산 대책을 통해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 대출을 금지했다.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 대출은 분양을 받은 사람이 전세보증금으로 매매대금 또는 분양잔금을 납입할 때 활용되는 전세 대출이다. 수분양자가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활용해 매매 대금이나 분양 잔금을 마련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또 수도권·규제지역에서 유주택자의 전세퇴거자금대출은 1억 원으로 제한하고, 다주택자의 경우 아예 대출을 막았다. 전세퇴거자금대출은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임대보증금을 돌려주기 위해 받는 대출을 말한다. 이밖에 주택담보대출 시 6개월 내 실입주 의무 규제도 걸었다.

이처럼 전세 대출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집주인 입장에서는 월세로 갈아타는 게 더욱 유리하게 됐다. 기준금리가 올랐다고 해도 과거에 비해 전반적으로 낮은 편이기 때문에 대출이 없어 목돈이 필요 없는 집주인의 경우 전세금을 은행에 넣어 이자를 받는 것보다 월세를 통해 매달 고정 수입을 얻는 게 더 낫기 때문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정부의 대출규제나 공급대책이 추진 과정에서 임대·전세 물량 축소로 이어지고 있다”며 “공급 확대를 위해 재정비 사업을 하더라도 주변 일대에 이주 수요를 받아줄 만한 임대 공급이 충분치 않다면 시장은 혼란에 빠질 수 있는 만큼 안정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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