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바뀌면 사라지는 관제펀드…난립·중복투자 문제도
자펀드 투자 데이터 깜깜이…"정보제공 기관 설치해야"

정권마다 등장한 정책펀드가 시간이 지나면 시장에서 외면받고 방치되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출범 4년 만에 거래가 사실상 끊긴 뉴딜펀드 상장지수펀드(ETF)는 ‘펀드 만능주의’의 구조적 한계를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재정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자금 흐름을 면밀히 분석하고, 사후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뉴딜펀드 ETF의 최근 1년 평균 거래대금은 약 3000만 원으로, 전체 평균(45억5800만 원)의 100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문재인 정부가 ‘한국판 뉴딜’을 내세우며 만든 대표 정책펀드였지만, 불과 4년도 지나지 않아 시장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이런 현상은 반복됐다. 경기 침체기엔 경제펀드, 고용 위기엔 일자리펀드, 지역 낙후엔 지역펀드가 등장했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펀드’, 박근혜 정부의 ‘통일펀드’, 문재인 정부의 ‘뉴딜펀드’에 이어 윤석열 정부는 ‘밸류업 펀드’를 추진했고, 이재명 정부는 ‘국민성장펀드’를 150조 원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문제는 정책펀드가 정권이나 정책 우선순위가 바뀌면 힘을 잃는다는 점이다. 지난해 증권유관기관이 밸류업 정책에 맞춰 2000억 원 규모로 출시한 '기업 밸류업 펀드'도 비슷하다. 밸류업 지수 구성 기업이나 관련 ETF에 투자하는 펀드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관련 상품인 ‘TIGER 코리아밸류업’ ETF 시가총액이 현재 1230억 원으로 출범 당시(2022억 원)에서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윤석열 정부는 2022년 세제 개편안에서 뉴딜 인프라펀드 세제 혜택을 종료하며 사실상 ‘뉴딜 지우기’에 나서기도 했다.
평가·관리 부재도 문제다. 정책펀드는 모태펀드 단위에서만 성과가 집계된다. 자(子)펀드 투자기업 정보는 법적으로 비공개라 종합적인 평가가 어렵다. 정책 목적 비중이 높게 설정될수록 자펀드 결성이 지연되거나 실패하는 사례도 늘어난다. 각 부처가 펀드를 예산 확보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난립 현상도 심화한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한 해에만 23개 정책펀드에 1조6000억 원이 추가 투입됐다. 이 중 60% 이상이 최근 5년 내 신규 설정된 것으로 나타나, 중복 투자와 비효율 문제가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정책펀드의 성과를 평가할 수 있는 통합 관리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책펀드는 정부 개입 성격을 지니는 만큼 신규 설정은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사후관리는 전 주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정부 재정에서 시작해 모태펀드-자펀드-피투자기업으로 이어지는 자금 흐름을 정량적으로 통합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현행 법상 자펀드 투자기업 데이터가 공개되지 않아 종합 평가가 어렵다”며 “관련 법 개정이나 정보 제공 기관 신설로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정권별로 펀드 이름만 바뀔 뿐 성과를 따져보는 체계는 부족하다”며 “집행률·회수율·민간 후속투자 유발 효과 등 실질 지표를 관리하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보증·대출 같은 다른 정책금융 수단은 통합 DB로 관리되지만 정책펀드만 관리 체계가 없다”며 “집행 이후 사후관리를 강화하고 통합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