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대량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 게임, 진짜 끝났을까요?
넷플릭스가 자타공인 최대 흥행작 ‘오징어게임’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할 시즌3를 내놨는데요. 27일 공개된 이 시리즈는 하루 만에 전 세계를 점령했고, 공개 나흘째인 30일 기준 여전히 93개국 넷플릭스 TV 부문 1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완벽한 피날레’, ‘가장 위대한 이야기의 완결’ 등의 수식어를 내세우며 넷플릭스는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죠. 그러나 반응은 좀 복잡합니다. 글로벌 1위, 전작 기록 경신, 각종 리뷰 플랫폼의 고평가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은 양가적인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있는데요.

흥행은 분명합니다.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넷플릭스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이 추적하는 전 세계 93개국에서 ‘오징어게임3’는 TV 쇼 부문 1위를 차지했죠. 이는 시즌1이 8일 만에 이룬 기록을 시즌3는 단 하루 만에 달성한 셈인데요. 다만 ‘역대급’ 후속작이라기보단 ‘역대급’ 기대감이 만든 개봉 성적이라는 해석이 우세하죠.
시즌2가 마무리되지 않고 시즌3로 넘어간 구조, 주인공 성기훈(이정재 분)의 복귀, 공개 전부터 예고된 ‘완벽한 피날레’라는 키워드가 자극한 호기심뿐 아니라 시즌1에 비해 아쉬웠던 시즌2의 내용을 반전시킬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큰 몫을 했는데요. 1화 시작 5분 만에 벌어지는 게임 장면과 이어지는 충격 반전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뜨겁게 달궜습니다.
다채로운 출연진은 긍정적인 요소죠. 기존 캐릭터에 새로운 참가자들과 블랙가드, 내부자 그룹까지 추가되면서 스케일은 커졌습니다. 연출 면에서도 황동혁 감독 특유의 장면 연출은 여전히 매끄럽다는 평가를 받았는데요. 특히 고공 게임 신에서의 카메라 워크와 조명, 배우들의 연기력은 호평이 쏟아졌죠.
‘오징어게임3’는 시즌2 결말 직후 게임 참가자들의 반란이 실패한 시점에서 시작됩니다. 반란에 가담했던 이들이 죽고 주인공 성기훈은 죄책감에 빠진 채 인간에 대한 믿음마저 잃은 상태죠. 그러나 게임 도중 태어난 한 아기와 그 엄마 김준희(조유리 분)를 지키기 위해 다시금 싸우게 되며 '사람다움'이라는 가치를 스스로 증명해냅니다.

성기훈은 도중에 프론트맨으로부터 단도를 받아 다른 참가자들을 제거할 기회를 얻지만 끝내 인간성을 저버리지 않는데요. 이는 시즌1에서 강새벽이 조상우를 살리자고 말리던 장면과 교차하며 이번엔 성기훈 스스로 그 가치를 택한다는 점에서 변화가 느껴지죠.
결승전에서는 “우리는 말이 아니야, 사람이야”라는 성기훈의 외침이 중심 메시지로 등장하는데요. 시즌1의 “나는 사람이야”에서 ‘나’에서 ‘우리’로 확장된 가치관이 드러납니다.
또한 이번 시즌은 민주주의의 허상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도 담고 있는데요. 결승전 참가자들이 ‘민주적 투표’라는 명분으로 약자 희생을 결정짓는 모습은 다수결의 폭력성과 포장된 위선을 여실히 보여주죠.

하지만 평점은 별개인데요. 미국의 영화 리뷰 사이트 로튼토마토 기준 비평가 평점은 83%로 양호하지만 시청자 평점은 51%에 그쳤죠. 팬들 사이에선 “시즌1의 긴장감과 몰입감을 따라가기엔 뭔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줄을 이었습니다. 시즌1은 로튼토마토 평론가 점수 95%, 관객 점수 84%를 기록하며 평단과 대중 모두를 사로잡았는데요. 하지만 시즌3는 “서사가 느슨하다”, “인물 감정선이 납득 되지 않는다”는 불만이 주요 포털 리뷰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죠.
이 꺾인 기대감은 증시에도 반영됐는데요. 30일 국내 증시에서는 오징어게임 관련주로 분류되는 종목들이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이날 오후 3시 15분 기준 코스닥 시장에서 아티스트스튜디오(-23.69%)와 아티스트컴퍼니(-19.96%)가 동반 급락했죠. 두 회사 모두 ‘오징어게임3’ 주연 배우 이정재가 대주주로 있는 기업입니다. 이외에도 영상 특수효과를 담당한 위지윅스튜디오(-5.14%)와 덱스터(-6.96%), 제작사 싸이런픽쳐스에 투자한 쇼박스(-7.11%) 등도 일제히 하락했는데요.
결국, 기대만큼 완결성을 갖췄는가에 대해 고개를 갸웃하는 목소리가 더 많은 셈인데요. 특히 일부 캐릭터의 퇴장 방식과 결말이 허무하다는 반응이 속출했습니다.

가장 많은 지적을 받은 캐릭터는 배우 위하준이 분한 황준호인데요. ‘오징어게임’의 프론트맨 황인호(이병헌 분)의 이복동생으로 시즌1에서는 형을 찾기 위해 게임장에 잠입했죠. 시즌2·3에서는 성기훈과 합심해 ‘오징어게임’ 현장을 덮치는 걸 목표로 삼았는데요. 하지만 그는 겨우 마지막의 마지막에서야 섬을 발견하고 그저 ‘찍먹’에 그쳤습니다.
직업이 경찰인데 촉도 없고 사람 말도 제대로 듣질 않았는데요. 오히려 최우석(전석호 분)의 수사 능력보다 한참 모자랐죠. 최우석이 박영길 선장(오달수 분)이 의심스럽다며 여러 신호를 줬지만 ‘내 생명의 은인’이라며 도무지 들을 생각을 하지 않는데요. 이후 동료들이 다 박 선장에게 죽임을 당하고 나서야 알아차리는 늑장의 끝을 보여주죠. 시청자들은 “이 정도면 이 사람은 그냥 섬을 좋아함”이라고 마무리해 쓴웃음을 줬는데요. 이런 고구마에도 불구하고 이번 게임의 최종 우승자 222번(실제로는 김준희의 딸) 아기를 떠맡으며 456억 원을 손에 얻게 되죠. 시즌2와 시즌3 바다에서만 내내 고생하던 그에게 준 수고비였을까요?
이 외에도 강노을 역의 박규영이 시즌2 이후 공개했던 엄청난 스포일러는 그대로 반영됐는데요. 사실 이를 바꿀 수도 없었죠. 기존 안면과 아픈 딸의 사연을 알고 있는 박경석(이진욱 분)을 죽은 척 속이고 진행 요원으로 둔갑시켰죠. 덕분에 박경석은 우승자가 아님에도 불구 섬을 무사히 빠져나가는 유일한 이탈자가 됐습니다. 하지만 그 이탈자는 충격 반전이 아닌 ‘김빠진 반전’을 받아들여야 했죠.
이번 시즌의 최대 치트키는 시즌2에서 사망한 타노스의 십자가 속 ‘작은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는데요. 그 작은 것을 받은 김남규(노재원 분)는 이후 게임에서 날아다니다가 자신이 얕보던 박민수(이다윗 분) 손에 그것이 넘어가자 기력을 잃은 불안자가 되죠. 박민수 또한 구석에서 두려움에만 떨다가 ‘작은 것’을 손에 넣고 마치 앞서 김남규 같은 행보를 보여주는데요. 부적절한 것이 치트키가 되는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와중에 호평이 쏟아진 건 바로 ‘도시락’이었죠. 마지막 게임인 ‘고공 오징어게임’까지 살아남은 이들은 박민수와 성기훈 그리고 살아남은 222번의 후계자 아이를 하나씩 떨어뜨려 456억 원을 나눠 가질 모의를 했는데요. ‘민주적인 투표’를 표방했지만 이건 이뤄지지 않았죠. 궁지에 몰린 이들은 성기훈과 이명기(임시완 분)를 달래려 ‘도시락’을 만들었는데요.
힘없는 참가자를 폭행한 뒤 ‘도시락’처럼 데려가 탈락시키는 방법이었죠. “도시락을 싸가는 겁니다”라는 매우 창의적인 설명을 끝낸 임정대(송영창 분)의 발언이 시청자를 빵 터지게 했는데요. 졸지에 도시락이 됐던 39번 참가자조차 “난 너희들 도시락이 돼 줄 생각이 없어”라며 스스로 탈락해 그야말로 ‘도시락론’의 정점을 찍었죠.
마지막에는 금발 머리의 딱지치기 요원이 등장하며 미국에서 시작되는 ‘오징어게임’을 예고했는데요. 네, 결국 게임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엄청난 복수를 기획하며 456억 원을 아낌없이 쓸 준비했던 성기훈은 그저 ‘좋은 사람’으로 남으며 사라지는 결말, 모두 어떠신가요? 형님보다 나은 아우는 없다지만 그래도 우리의 어깨를 드높여줬던 ‘오징어게임’의 ‘완벽한 피날레’라기엔 아쉬운 마침표. 남은 건 도시락이라는 한 줄의 평가가 조금 씁쓸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