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출범 3개월] 4대강·공기업 성과연봉제… 치적이 적폐청산 대상으로

입력 2017-08-10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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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도 바뀐 정부 정책 '보수 정권 지우기'… 국민안전처 해체·법인세 환원

문재인 정부는 출범 3개월 동안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정책을 정반대로 바꿔 놓았다. 문 정부는 우선 경제 패러다임 전환을 추진했다.

저성장이 고착화하고 양극화가 심화한 지금의 상황이 보수 정부에서 물적 자본 투자를 중심으로 양적 성장에 집중한 탓이라고 진단했다. 그 결과 대기업과 제조업, 수출 기업에 지원이 집중됐고, 이것이 성장을 이끌지도 못하면서 대·중소기업 격차와 양극화를 야기했다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판단이다.

이에 문 정부는 ‘사람 중심 경제’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며 경제성장을 소득 주도(수요)와 혁신(공급)이 이끌도록 하고 경제 체질은 일자리 중심·공정 경제로 바꾼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해야 성장의 과실이 가계와 중소기업 등 경제 전반에 골고루 확산된다는 것이다. 이는 보수 정부가 강조했던 ‘낙수 효과’를 기대하는 것보다 분배를 통해 분수 효과를 거두는 것이 낫다는 시각이다. 과거 정부와 달리 문재인 정부는 집권 기간 성장률 등 각종 거시경제 지표의 목표치는 제시하지 않았다.

일단 국민은 문 정부의 경제 패러다임 전환에 강력한 지지를 보여주고 있다. 박근혜 정부 100일과 문재인 정부 100일을 비교하면 지지율 격차가 크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첫 지지율이 80%를 상회한 이후 여론조사 기관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70~80%대를 유지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40%대를 유지했다.

문재인 정부는 우선 ‘녹조라떼’ 논란을 불러온 이명박 정부의 핵심 사업인 4대강 사업 전면 재조사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대선 기간에 “정책적 판단 잘못과 부정부패를 명확하게 규명하고 불법이 드러나면 법적 책임과 손해배상 책임을 묻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박근혜 정부가 최대 성과 중 하나로 꼽았던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도 폐기 절차를 밟고 있다. 성과연봉제는 같은 직급이어도 실적에 따라 최대 2배까지 임금 차이를 두는 제도다. 박근혜 정부는 앞서 지난해 1월 공공기관 2급 이상 간부급에게만 적용하던 이 제도를 4급 일반 직원까지 확대하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작년 6월까지 대상 공공기관 120곳이 모두 성과연봉제를 확대 도입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대선 당시 성과연봉제 폐지를 공약했고 기획재정부도 지난달 16일 각 공공기관이 이사회 의결이나 노사 합의를 통해 자율적으로 성과연봉제 시행 방안과 시기를 결정하도록 허용했다. 사실상 폐기하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국민안전처는 세월호 참사 후 국민안전을 도모하고 재난대응을 위해 해경과 소방방재청을 합쳐 만든 정부부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 그러나 메르스 사태, AI, 구제역, 강원산불 등 재난에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많았고, 결국 2년 반 만에 해체 절차를 밟게 됐다.

가계소득 증대를 위해 박근혜 정부가 도입한 ‘가계소득 증대세제 3대 패키지’도 문재인 정부 첫 세법개정안에서 대폭 수정되거나 폐기되는 운명을 맞았다. 2014년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가계와 기업 소득의 선순환 구조로 소비와 투자를 늘리겠다’는 취지로 기업소득 환류세제와 배당소득 증대세제, 근로소득 증대세제 등을 도입했다. 대기업의 돈을 가계로 흘려보내 내수를 살리겠다는 취지였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도 이명박 정부에서 25%에서 22%로 감세해 준 것을 다시 25%로 환원해 증세에 나섰다.

서울~세종 고속도로 건설을 민간투자에서 100% 정부 재정으로 전환한 것도 보수 정부 지우기 성격이 짙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면서 정부 재정보다는 민간투자를 늘리는 정책을 강화해 왔기 때문이다.

한국철도공사와 수서고속철도(SRT)를 운영하는 SR의 통합도 추진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교통정책의 효율성보다 공공성을 중시하고 있는 만큼 두 기관을 통합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 가능성이 조금 더 커 보인다. 보수 정부에서 철도서비스의 효율성을 내세워 SR를 만들었지만 1년도 안 돼 없어질 운명에 처했다.

그동안 추진해왔던 정책이 180도 바뀌면서 관가에서는 영혼 없는 공무원이라는 푸념 섞인 평가가 나온다. 장차관들은 바뀌었지만 실·국장급 공무원들은 여전히 박근혜 정부 때 인사들이 맡고 있다 보니 자기가 발표한 정책을 틀렸다고 바꿔야 하는 당혹감도 보인다.

이찬우 기재부 차관보는 지난달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 사전 브리핑에서 경제 패러다임 전환을 발표하면서 “정책기조 전환이 다른 나라에 비해 늦은 편”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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