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보는 경제 톡] “1시간 일하고 겨우 햄버거”…최저임금이라 쓰고 열정페이라 읽는다

입력 2016-07-05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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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네이버 '뿜')

‘이런 시급’이란 제목으로 지난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오른 게시물입니다. 편의점 알바생(아르바이트)의 급여명세서가 보이네요. 그런데 자세히 살피니 시급이 4000원입니다. 지난해 최저임금 5580원보다 1580원이나 적습니다. 부당하다고 느낀 작성자는 고용노동부에 신고했고, 이튿날 주인으로부터 해고를 당했다고 합니다. “이것이 알바의 현실”, “일한 만큼도 못 받는 헬조선” 등의 댓글과 함께 이 게시물은 2330건이 넘는 공감(뿜)을 얻었습니다.

우리는 이 같은 사례를 가리켜 열정페이라고 부릅니다. 일자리를 인질 삼아 청년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행태를 비꼰 신조어죠. 10년 전 ‘88만 원 세대’에서 용어만 바뀌었을 뿐 하나도 달라진 게 없습니다. “왜 그런 대접을 받고 일해?”라고 반문할 수 있지만, 우리 주변엔 열정페이만 받고 일하는 ‘아픈 청춘’이 꽤 많습니다.

얼마 전 현대경제연구원에서 조사를 해봤는데요. 지난해 열정페이만 받고 일하는 청년(15~29세)의 수가 63만5000명에 달했다고 합니다. 청년근로자 6명 중 1명(17%)은 최저임금도 못 받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 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춤했다가 2012년부터 다시 늘고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올해 그 수가 더 늘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들의 월급봉투에 들어 있는 돈은 70만6000원. 일반 청년근로자(185만 원)의 38% 수준에 불과합니다.

이처럼 열정페이로 청년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는 사이, 노동시장에선 ‘2017년 최저임금 1만 원’을 두고 근로자와 고용주가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습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우선 노동계는 저소득층의 생계를 보장하려면 최저임금을 60% 이상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소득 불균형 해소를 제1 기치로 내건 정치권도 이들의 의견에 힘을 싣고 있네요. 하지만 경영계 단호합니다. 구조조정 압박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까지 겹쳐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며 인상은 어불성설이라고 맞받아치네요. 올해 최저임금 6030원을 동결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입장입니다. 손에 땀을 쥐는 이 줄다리기 결과는 내일(6일) 난다고 합니다.

(출처= 현대경제연구원)

사실 해외와 비교하면 우리나라 최저임금 인상률이 낮은 건 아닙니다. 2001~2014년까지 13년간 우리나라 실질 최저임금 인상률은 73%에 달하는데요.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청년들은 ‘열정페이’ 눈물을 흘립니다. 소득재분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잘 버는 상위 10%가 못 버는 하위 10%보다 얼마나 많은지를 따져봤는데요. 빈부 간의 소득 격차가 4.7배나 됐습니다. 이 또한 OECD 국가 중 최고입니다.

한국이 지난 5월 OECD로부터 “임금 격차에 따른 소득 불평등이 한국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갉아먹고 있다”고 쓴소리를 들은 배경이죠.

이웃 나라 사정은 어떤지 들여다볼까요? 최저임금을 올리고 있습니다.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연방 최저임금을 15달러(약 1만7400원)로 올리겠다고 약속했고요. 영국은 25세 이상 노동자에 대한 생활임금을 2020년까지 시간당 9파운드(약 1만4000원)로 인상할 계획입니다. 일본은 지난해 최저임금을 시간당 798엔(약 9000원)으로 정한 뒤 올해부터 매년 3%씩 끌어올리고 있죠.

“알바생한테 1만 원 주면 주인은 남는 게 뭐 있다고…. 기업들 다 망하겠네.”

기사를 읽으며 이런 생각하는 분들 있을 겁니다. 최저임금 인상은 경제에 부담이 될까요?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삶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노동자는 342만 명(18.2%)에 달합니다. 5명 중 한 명은 정부가 정한 ‘최소한’의 돈으로 생활하고 있단 얘기죠. 노동계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이들의 곳간에 여유가 생기면, 내수가 활성화될 거라고 말합니다. 지난해 1월 최저임금제를 독일도 임금상승률과 소매판매가 개선되고 있다고 하니, 믿음이 가네요.

(출처= 최저임금위원회ㆍ블룸버그ㆍ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

"솔직히 우리 땐 대학만 나오면 대충 취직이 가능했고, 재학시절에도 방학 때만 알바 뛰면 한 학기 등록금이 나왔어. 빈손으로 결혼해도 맞벌이 몇 년이면 집을 살 수도 있었고…. 어디서 요즘 애들 운운하며 훈계 질이야. 난 정말 기성세대로서 미안해 죽겠는데!"

성우 윤소라 씨가 지난해 자신의 SNS에 올린 글입니다. 청년들에게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며 훈계하는 기성세대들에게 일침을 날렸네요. 하루 12시간 넘게 일하고, 햄버거로 끼니를 때우는 아픈 청춘들에 최저임금은 “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 내 집도 살 수 있지 않을까?”하는 희망을 갖게 하는 단초입니다. 헬조선 속에서 꿈을 꾸게 하는 돈 1만 원, 비싸다고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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