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경기부양 정책으로 가장 많은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건설사들의 실적 개선세가 주춤한 모양새다. 최근 정부의 과징금 부과와 함께 부실의 원인이 됐던 해외 현장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몇몇 건설사의 신용 등급마저 하향 조정되며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1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올해 들어 담합혐의로 부과한 과징금은 7500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현재 조사 중인 4대강 2차 턴키공사와 천연가스 주배관 등까지 더해지면 총 과징금 규모는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과징금 액수가 100억원이 넘는 17개 건설사 SK건설, 대우건설, GS건설, 현대산업개발, 동부건설, 한진중공업, KCC건설, 대림산업 등 8개 건설사는 올해 과징금이 지난해 영업이익보다 많았다. 대림산업을 제외한 나머지 건설사들은 모두 지난해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GS건설과 SK건설은 영업손실이 컸는데 GS건설은 지난해 9355억원의 영업적자를 냈고 SK건설 역시 5541억원의 적자를 봤다. GS건설과 SK건설이 올해 부과받은 과징금은 각각 474억원과 576억원이다. 가장 많은 과징금을 부과받은 건설사는 삼성물산(1173억원)이다.
때문에 이들 건설사들은 아직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이 부과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손실 인식 시점에 관련 비용을 처리하기 위해 충담금을 쌓아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상 공정위의 의결서가 접수되면 건설사들은 이의신청 여부와 관계없이 과징금을 우선 납부해야 한다.
또한 대형사들의 주요 수입원이 되고 있는 해외건설부문도 상승세가 무뎌졌다. 9월 현재 해외수주는 482억불로 전년동기 422억불 대비 11%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3분기 뜨거웠던 주택부문과 달리 해외부문의 개선 속도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상반기에는 385억불의 최대수주를 기록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기대했던 쿠웨이트 KOC 원유 집하시설 프로젝트들을 저가 인도업체들이 수주했고 일부 프로젝트들은 입찰 자체가 연기되면서 수주 증가세가 둔화됐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영업일수가 2분기보다 짧아 매출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특히 문제성 해외현장의 사이클이 길어 4분기 원가율의 추가 조정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분석했다.
신용등급 하락도 악재다. 지난주 한국신용평가는 일부 건설사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했다. 수익성 회복이 불투명한 한화건설(A부정적→A-안정적)과 한신공영(BBB+부정적→BBB부정적)을 내렸고 등급 하향 트리거 기준치를 벗어나 등급 대비 미흡한 재무상황을 보이고 있는 대림산업(AA-부정적→A+)과 롯데건설(A+부정적→A) 등급이 떨어졌다.
최종원 삼성증권 연구원은 “건설사의 영업환경이 크게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며 “건설사의 등급하향 움직임은 당분간 보이지 않겠지만 예상하지 못한 해외사업장의 손실이나 한신공영처럼 회계적 이슈가 있을 경우 추가로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더디기는 하지만 내년부터는 개선세가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원은 “주택이 해외 부진을 만회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주택의 의미 있는 이익 기여는 2015년 하반기부터 기대 가능한 만큼 4분기를 바닥으로 대부분의 업체는 2015년 손익이 개선되고 2016년 정상화를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