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등지는 외국인 투자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을 등지고 있다. 올 들어 지난 9월 말까지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 순매수가 이어졌다. 그런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을 떠나고 있다. ‘BUY KOREA’를 외치던 외국인이 ‘BYE KOREA’로 돌아서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은 지난 9월 말까지 주식시장에서 순매수를 이어갔다. 올해 1분기엔 매도 우위를 기록했지만 지난 2~3분기 순매수로 전환하며 국내증시 전망을 밝게 했다.
그러나 10월 들어 사정이 달라졌다. 엄밀히 따져 9월 중순부터다. 외국인은 시장에서 빠르게 투자금을 회수하고 나섰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국내 주요 기업의 3분기 실적저조 또는 우려와 함께 북한 도발이라는 지정학적 리스크 등 다양한 요건이 맞물렸다.
그 중심에 환율이 자리잡고 있다.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서 외국인들이 속속 우리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가고 있다. 더 이상 환차손을 감수할 만한 메리트가 우리 주식시장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10월 들어 외국인 순매도세로 전환 = 10월 들어 코스피 지수가 급락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추석 직후 경기 부양책의 실효성에 기대를 걸었던 지수는 2020선을 유지했다. 그러나 이달 들어 90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지난 2분기부터 매달 1조원씩 사들이던 외국인들이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것이 원인이다. 추석 연휴가 끝나자 매도세는 더욱 속도를 내 지난달 말까지 8500억원을 순매도했다. 7월 4조600억원, 8월 1조8000억여원을 순매수하던 것과 대조적이다.
10월 들어 외국인의 투자금 회수는 더욱 빨라졌다. 13일을 지나면서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는 약 1조원을 넘어섰다. 이달 들어 7거래일 동안 1조2250억원이 빠져나간 셈이다. 10월부터 주식시장만 열리면 외국인들은 매일 1500억원 가까이 팔아치웠다는 의미다. 외신들은 이를 두고 대탈출을 의미하는 ‘엑소더스 코리아(exodus korea)’라는 표현도 서슴지 않고 있다.
이러한 외국인의 국내 증시 이탈은 ‘강달러’에서 시작했다. 9월 초 1010원대에 머무르던 원·달러 환율은 9월 중순부터 상승했다. 10월 들어 1060원을 뛰어넘더니 지난 10일에는 1070.5원으로 장을 마쳤다. 이날 하루에만 외국인 매도는 1276억원이나 됐다.
외국인 입장에서 ‘달러 강세’는 무시할 수 없는 시장 상황이다. 환차손을 상쇄할 만큼 증시가 낙관적이라면 모를까 당분간 달러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때문에 국내 증시 역시 이를 만회할 성장동력을 갖추지 못하면 외국인의 이탈은 지속될 것으로 분석된다. 외국인들이 달러 강세를 감수하면서까지 한국시장에 머물러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반면 단기간 환율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서는 안된다는 분석도 속속 이어진다.
10월 들어 외국인의 팔자 주문이 이어졌지만 올 한해 전체를 바라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한국거래소가 이달 초 밝힌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외국인은 국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8조원 넘게 순매수세를 이어왔다. 분기별로 살펴보면 1분기에는 순매도했지만 2분기부터 상황을 역전시켰다. 총 5조8760억원을 순매수하면서 분위기를 바꾼 것. 이어 3분기 역시 5조2720억원 규모로 순매수해 2분기 연속 ‘사자’ 분위기를 이어갔다.
때문에 9월 중순 이후 이어진 외국인의 순매도가 전반적인 추세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외국인 매도세는 단기간이며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이어진다.
그러나 달러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더욱 설득력을 얻으면서 사실상 4분기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환율에 의한 외국인 매도세가 과도한 상황이지만 딱히 이를 반전시킬 반전포인트도 부족하다는 것이 금융투자 업계의 전반적인 해석이다. 때문에 당분간 조정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0월 FOMC회의가 변곡점 =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다양한 가능성을 앞세워 ‘슈퍼달러’ 시대를 대비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무엇보다 10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이즈음 원화강세 기대심리가 되살아나면 외국인 매수세가 재차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테이퍼링 종료 이후에도 연준의 경기부양적 통화정책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한 유동성 환경이 국내 증시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여기에 이달 발표 예정인 주식시장 활성화 대책에 기대를 거는 목소리도 있다. 정부의 추가 경기 부양책, 주식시장 활성화 방안, 미국의 금리인상 시기,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여부 등에 따라 주식시장의 판도가 달라질 전망이다.
다양한 변수 가운데 눈여겨봐야 할 점은 역시 28∼29일 열리는 미국 FOMC다. 결과에 따라 외국인의 한국 탈출의 가속화가 이어질지, 이들을 붙잡을 여력이 생길지 판가름날 전망이다.
아이엠투자증권 강현기 연구원은 “지금의 달러 강세는, 미국 경기 모멘텀 둔화 우려감이 글로벌 매크로 리스크를 확대해 비롯된 현상”이라며 “당면한 현상은 과거 6년 동안 5차례나 경험한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