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4주년/ 업계가 업계를 진단하다]‘엔저’효과 일본차 질주… ‘파업’ 발목 국산차 후진

입력 2014-10-02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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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업계

“판매가 크게 나쁘지는 않은데, 실적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과실 없는 성장이 지속되는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국내 대표 광공업 생산인 자동차의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다. 지난해 말과 올 연초만 해도 판매가 크게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경기 회복세는 미약했고 해외에서는 엔저(엔화 약세)가 국내 자동차산업을 위협하고 있다.

올해 현대자동차는 더 팔고도 덜 벌고 있다. 이 회사는 상반기 전 세계 시장에서 249만5837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4.4% 늘었다. 부문별로는 내수 판매가 6.2% 늘었고 국내생산 수출은 5.1%, 해외생산 판매는 3.7% 각각 증가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줄었다. 현대차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4조25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8%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44조4016억원을 기록, 작년 동기 대비 0.3% 줄었다.

현대차의 영업이익이 준 것은 엔저 탓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엔화가치는 6년 만에 처음으로 달러당 109엔대까지 떨어졌다. 토요타와 혼다, 닛산 등 일본 자동차업체들은 엔저를 무기로 미국과 같은 선진시장에서 가격 할인 공세를 펼치고 있다.

현대차는 일본 업체에 밀려 지난달 미국 시장점유율이 7.9%로 한 달 전보다 0.4%포인트 떨어지며 고전하고 있다. 특히 현대차가 최근 미국에 신형 ‘LF쏘나타’와 신형 ‘제네시스’를 선보인 것을 고려한다면, 이같은 점유율 하락은 일본업체의 공세가 그만큼 거세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기아차의 상황은 더 좋지 않다. 기아차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1조505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8%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23조9803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0.9% 줄었다. 기아차 역시 현대차처럼 상반기 판매(154만7123대)가 전년 동기보다 7% 늘었지만 실적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는 4분기에도 부진한 실적을 이어갈 전망이다. 현대기아차는 8~9월 노조가 임금협상을 놓고 파업에 나서면서 벌써 1조원이 넘는 생산 차질이 발생했다. 노조의 파업 영향으로 현대차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4% 이상 낮아진 1조9000억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차는 계절적 성수기인 3~4분기 줄곧 2조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수입차 공세가 더욱 거세지는 것도 국내 완성차업체의 4분기 실적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수입차는 올해 8월까지 국내에서 12만8817대가 판매돼 전년 동기보다 무려 24.6% 판매량이 뛰었다. 수입차의 판매 성장세는 시간이 갈수록 더 가팔라지고 있다.

◇완성차업체 A이사 = “엔저 공세가 심화된다고 해서 해외에서 최근 실시하고 있는 제값받기 정책을 포기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의 시장점유율은 당분간 크게 증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자동차업체가 적극적인 신차 공세에 나서고 있는 것도 해외 전략을 어떻게 세워야 할지 고민되는 부분이다.”

◇완성차업체 B상무 = “국내 자동차 시장은 연 150만대 정도로 고착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수입차가 볼륨을 늘려가고 있는 것은 후발 업체들에게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내년에는 2000만원 초중반대의 중형세단급 수입차가 대거 들어올 것으로 보여 긴장하고 있다. ‘애프터서비스가 수입차보다 좋다’는 논리로는 더 이상 국내 시장을 수성하기 어렵다.”

◇자동차 부품업체 C전무 = “부품은 자동차의 판매 추이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아직 국내 완성차 업체의 판매가 크게 악화된 상황은 아니지만 엔저로 인해 단가를 계속 낮추기를 원하는 것은 부품업체에게 악재일 수밖에 없다. 일본업체의 엔저를 극복할 수 있는 묘수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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