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러움의 끝판왕" 육아예능 인기 언제까지?

입력 2014-09-21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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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세 쌍둥이 아빠인 탤런트 송일국이 대한, 민국, 만세 세 아들을 앞뒤로 업고, 한쪽 팔에 안은 채 다른 한 손으로는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성화를 들고 달린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우리 나이로 세살, 만 30개월이 된 이 아이들의 몸무게만 합해도 40㎏은 거뜬히 넘을 것이다. 그런데 차라리 같은 무게의 돌덩어리를 안고 달리는 게 낫지, 아이 셋을 안고 달리는 게 어떤 일인지 부모라면 생각만 해도 신음이 튀어나온다.

이 한장의 사진이 주는 진한 감동과 재미의 '한방'이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요즘 국내 TV 예능계를 먹여살리고 있다.

언젠가부터 TV 예능프로그램에서 육아예능이 대세가 돼버렸고, 해당 프로그램이 방송된 직후 포털사이트는 출연하는 아이들의 귀여운 사진으로 도배가 될 정도다.

하지만 방송가에서도 이런 육아예능이 언제까지고 인기가 있을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또 일각에서는 이미 이들 프로그램에서 '육아'는 사라지고 '아이'만 남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자연스러움의 끝판왕"…누가 아이들을 통제하랴

지난 14일 시청률 16.9%를 기록한 KBS 2TV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를 선두로, 지금 지상파 육아예능 프로그램으로는 MBC TV '일밤-아빠 어디가', SBS TV '오 마이 베이비'가 포진해있고, 교양성격을 좀더 강조한 KBS 1TV '엄마의 탄생'도 있다.

박중민 KBS예능국장은 "요즘 대중은 인위적이고 작위적인 것을 싫어한다. 자연스러운 것을 좋아하는데 아이들이 등장하는 육아예능은 자연스러움의 끝을 보여준다고 본다. 아마 이보다 더 자연스러운 것은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박 국장은 이어 "그런 자연스러움 위에 특히 남성들이 육아에 나서는 모습이 신선해보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들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유아기의 아이들은 매회 각본없는 드라마를 펼치며 시청자를 무장해제시킨다. '아빠 어디가'의 초등학생들도 아역배우와는 다른 자연미를 보여주며 사랑받는다.

박 국장은 "제작진은 자연스러움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개입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한다. 그것은 인공미를 없애는 차원이기도 하지만 아이들이 혹시나 촬영으로 잘못된 영향을 받지 않게 하기 위함"이라며 "촬영으로 아이의 발달에 지장이 간다든지 하는 부작용이 없도록 제작진은 아이들을 최우선에 놓고 촬영한다"고 말했다.'

◇ "남성 육아참여에 긍정적인 영향"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아빠 어디가'는 엄마 없이 아빠 혼자서 아이를 돌보는 시간을 조명하고, '오 마이 베이비'는 부모가 함께 아이를 돌보는 모습을 담는다. 그리고 '엄마의 탄생'은 임신부터 출발해 출산을 거쳐 아이를 키우면서 출연자가 진짜 엄마가 돼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모두 연예인 가족이 출연하고, 모두 인기가 있다.

출산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7%보다 한참 낮은 1.19%(2013년 기준)로, 저출산이 국가적 문제로 떠오른 우리나라에서 육아 프로그램이 고루 인기를 얻고 있다는 점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출산·육아와 관계된 기관이나 단체에서는 이들 프로그램을 어떻게 바라볼까. 대체로 남성의 육아 참여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여성민우회의 이윤소 활동가는 "'프레디'(친구 '프렌드'와 아빠 '대디'의 합성어)라는 말처럼 아빠가 실제로 아이 돌보기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남성육아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양찬희 출산정책과장은 "이런저런 비판이 있을 수도 있지만 남성의 육아참여에 대한 긍정적인 영향은 있다고 본다. 매체가 가진 영향력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반면, 여성가족부 가족지원과 관계자는 "관련 프로그램에 대해 연구를 해본 적도 없고 여성가족부에서 아이돌보미 사업은 일부 업무에 해당하기 때문에 코멘트를 하는 게 무리라고 생각한다"며 답변을 거절했다.

◇ "연예인의 육아, 위화감 조성"…"아이들의 귀여움만 부각하기도"

육아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자연스럽게 출연진에게 광고와 협찬이 몰리고 있다. 장난감, 먹거리, 의류, 유아용품, 교구 등 프로그램에 소개된 각종 제품이 '광고효과'를 톡톡히 누리는 것은 물론이고, 그런 효과를 보기 위한 업체들의 물밑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연예인들이 노골적으로 고액의 협찬비를 요구한다는 등 소문도 무성하다.

박중민 KBS예능국장은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제품 홍보를 위한 단순 노출컷은 없으며, 다른 프로그램과 같은 수준으로 간접광고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그를 통한 수입은 모두 방송사의 수입으로 들어오는 것이지 절대 연예인이 특혜를 보는 경우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해도 각종 협찬품과 광고출연이 위화감을 조성하는 것은 사실이다. 또한 기본적으로 '연예인의 육아' 자체가 일반인의 육아와는 다를 수밖에 없는 점도 거리감을 준다. 이들 프로그램이 결국은 '예능'에 그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여기서 그어진다.

보건복지부 양찬희 과장은 "현실에서는 쌍둥이만 돼도 키우는 게 전쟁인데 세 쌍둥이는 엄두도 안나는 일"이라며 "육아예능 프로그램이 아이를 잘 돌봐야한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있지만 기본적으로 연예인의 육아와 일반인의 육아는 다를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성민우회 이윤소 활동가는 "정기적으로 일터에 나가야하는 일반인 아빠가 방송의 연예인들처럼 아이를 키우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며 "또 시간이 지날수록 이들 프로그램에서 육아는 사라지고 아이의 귀여움만 부각되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프로그램에서 변화된 아빠의 모습을 조명하는 것 이상의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 "시청자, 조만간 피로감 느낄 것"

'아빠 어디가' 시즌2가 시즌1에 비해 화제성이 떨어지는 것에서 보듯, 모든 프로그램에는 인기의 사이클이 있기 마련이다.

또한 육아예능 자체도 언제까지고 인기를 끌 수는 없다. 유행은 변하고 시청자의 요구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박중민 국장은 "어느 때고 트렌드라는 것이 있는 것이고 지금은 육아예능이 트렌드인 것"이라며 "시청자들이 조만간 이에 대해서도 피로감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윤소 활동가는 "위화감, 간접광고 등의 부작용이 부각되면 육아예능이 주는 긍정적인 효과도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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