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기업원 박양균 연구원, "장하성 펀드의 경영참여 우려돼"
최근 증권시장의 가장 뜨거운 감자는 '장하성 펀드'라고 불리는 한국 기업지배구조개선 펀드다.
지난 달 23일 장하성 펀드가 대한화섬 주식 5.15%를 매입하면서 대한화섬과 태광그룹의 경영에 참여하겠다고 선언한 뒤 대한화섬을 포함한 태광 계열사의 주가가 요동을 치는 등 증권시장의 회오리 바람을 쳤다.
이같은 장하성 펀드의 경영참여에 대해 그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자유기업원 박양균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4일 "장하성 펀드가 직접 경영에 참여하겠다고 하는 것은 지배구조개선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며 "오히려 지배구조 개선을 주장하며 주가상승을 통해 자본이득을 챙기려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게 한다"고 밝혔다.
박 위원은 "장하성 펀드가 지배구조를 개선할 수 없는 이유는 태광그룹의 경우 대주주가 충분한 주식을 소유해 적대적 M&A에 노출될 가능성과 지배구조가 변할 가능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장하성 교수가 할 수 있는 일은 증권거래법에서 보장하는 대표소송과 주주제안권, 주주총회소집권, 회계장부 열람권 등으로 이같은 행동은 경영상 문제점만을 제기할 수 있을 뿐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박 위원은 장하성 펀드가 주가상승을 꾀해 자본이득을 챙기려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제기했다.
그는 "장하성 펀드의 운용주체는 소버린이 SK를 공격할 때 재무자문을 했던 리자드 펀드사이다"며 "장 교수도 펀드가 수익이 목적이라는 사실을 시인하는 점에 비춰 지배구조 개선펀드라고 하기보다는 시장의 저평가 종목에 대한 가치투자 펀드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또 사회적 책임투자 펀드의 일종이라고 평가되는 부분에 대해 장하성 펀드는 단순한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주주의 이익만을 추구하기 때문에 사회적 책임투자 펀드로 불리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했다.
박 위원은 "장하성 펀드의 가장 우려되는 문제는 한국의 기업지배구조를 영미식 기업지배구조로 바꾸려 한다는 것이다"며 "많은 사람들은 영미식 지배구조가 글로벌 스탠다드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영미식 지배구조가 세계에서 보편적인 지배구조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Morck(2005)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스웨덴 ▲네델란드 ▲캐나다 등 세계 각국의 지배구조는 한국처럼 통제주주(controlling shareholder)를 가지고 있는 반면 영국과 미국만이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지배구조 형태를 가지고 있다.
박 위원은 또 "'장하성 펀드'는 ▲이사해임 요구 ▲주주제안 ▲주주총회 소집 요구 등 경영참여를 통한 지배구조 개선 요구는 주주의 당연한 권리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하지만 기업입장에서는 또 하나의 비용일 뿐이다"고 우려했다.
박 위원 주장에 따르면 기업들은 '장하성 펀드'의 경영간섭을 받아야 하고 또 경영간섭에 대비하기 위해 상당한 돈과 인력을 소모해야 하기 때문에 기업경영을 더욱 위축시킬 것이라고 했다.
박 위원은 "어떤 지배구조가 바람직한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주주들은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회사가 얼마나 많은 돈을 벌어주느냐에 관심이 있기 때문에 검증되지 않은 논리로 지배구조를 강요하는 것은 오히려 주주들의 이익을 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