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재 설득에 공들일듯...추경 접은 터라 더욱 간절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가 이르면 내주 만날 것으로 보인다. 둘은 서로의 역할을 존중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강조해왔으나 현정부 실세 최 부총리가 크게 ‘아쉬운’ 상황이 됐다.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포기한 상황에서 금리인하에 더욱 기댈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 총재가 최근 매파 본색을 드러내 눈길을 끈다. 또 최경환식 ‘양적완화’ 정책을 발표한 미묘한 시점에 이 총재가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두 수장의 시각이 갈리는 가운데 최 부총리는 금리인하의 키를 쥔 이 총재를 설득하는 데 상당한 공을 들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 부총리는 지난 16일 취임식에서 “추경을 하지 않지만 내년도 예산은 당초 계획보다 조금 더 지출을 확장적으로 편성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경제정책의 성공 여부는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살리는데 달려있다”면서 “경기가 살아나고 심리가 살아날 때까지 거시정책을 과감하게 확장적으로 운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의 곳간 사정이 여의치 않다. 올해만 세수가 10조원 넘게 ‘펑크’가 날 전망임에 따라 상당한 재정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또 최 부총리가 제시한 한국판 ‘돈풀기’는 미래의 쓸돈을 당겨쓰는 것은 물론 시중통화량이 이미 상당한 상황에서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도 우려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 총재가 최 부총리 취임 첫날 금리인하의 부정적 효과를 부각해 관심이 집중됐다. 지난 10일 경기하방 리스크를 강조하며 금리인하 가능성을 제시했으나 매파인 그가 이번엔 진짜 속내를 드러냈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는 “기준금리를 낮추면 가계의 대출원리금 상환 부담이 줄어 소비여력이 커진다는 주장이 있다”며 “그러나 가계는 부채보다 금융자산의 비율이 높아 금리인하가 반드시 소비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금리인하는 우려되는 수준에 이른 가계부채 증가를 감수한다는 것이어서 소비여력을 제한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 후 그는 곧장 금리인하에 부정적인 입장을 낸 것은 아니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그날 강연 내내 여러 차례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최 후보자가 가계부채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는 LTV(주택담보대출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의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한 시점에서 가계부채를 한국경제의 중점과제로 꼽은 것이다.
결국 현오석 전 부총리가 이 총재가 취임한 바로 다음날 축하를 위해 부리나케 한은으로 달려가야했던 것처럼 최 부총리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연세대 대학 선후배인 두 수장이 앞으로 어떻게 정채공조를 이뤄나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