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물가 상승 기조에 접어들었다고 보기 힘들어”
지난달 생산자물가가 1년 9개월 만에 상승세로 전환됐다. 그러나 소폭의 오름세에 그쳤으며 축산물 가격이 급등한 데 따른 특수 요인이 그 배경이다. 이에 따라 생산자물가가 오름세에 접어들었다고 보기에는 무리라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17일 발표한 ‘생산자물가지수’ 자료에 따르면 올 6월 생산자물가는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0.1% 올랐다. 지난 2012년 9월 0.2% 증가한 후 1년 9개월 만에 플러스를 나타낸 것이다.
그러나 생산자물가가 하락 기조에서 벗어난 신호로 해석하기는 힘들다.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사태로 인해 축산물 가격이 급등한 것이 주요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축산물 가격은 전년동월비 16.1%나 상승했다. 품목별로 보면 오리고기(61.4%), 돼지고기(29.1%), 쇠고기(14.4%) 등의 오름세가 두드러졌다.
이에 따라 농림수산물은 식량작물(-6.2%), 채소 및 과실(-1.9%), 수산물(-5.0%) 등이 모두 하락했음에도 2.9%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구체적으로 이들 품목을 보면 양파(-54.1%), 시금치(-35.2%), 피망(-29.6%), 배추(-25.6%), 파(-25.3%), 호박(-23.9%), 무(-22.3%), 고등어(-14.0%), 갈치(-10.9%) 등의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반면 공산품 부문은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4% 감소했다. 휘발유(-5.5%), 경유(-6.0%), 플래시메모리(-22%), TV용LCD(-13.8%), 모니터용LCD(-12.4%) 등의 하락세가 눈에 띈다.
서비스는 1년 전보다 1.7% 올랐다. 전세버스(10.5%), 택시(8.5%), 휴양콘도(6.2%), 햄버거및피자전문점(3.0%), 카드가맹점수수료(3.5%)은 올랐고 화재보험(-16.8%), 펀드수수료(-5.2%) 등은 내렸다. 이밖에 전력·가스·수도는 5.8% 상승했다.
한은 관계자는 “AI 영향으로 축산물 가격이 크게 오른 것이 생산자물가가 상승세로 전환된 주요인이다”며 “이달 원·달러 환율과 국제원자재 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생산자물가 상승세가 두달 연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다”고 말했다.
국내 출하 및 수입품의 가공단계별 물가를 보여주는 국내공급물가지수는 전년동월비 2.4% 하락했다. 최종재가 0.4% 상승했으나 중간재와 원재료가 각각 –2.9%, 원재료 –7.8%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수출품까지도 포함해 국내 생산품의 전반적인 가격 추세를 보여주는 총산출물가지수도 같은 기간 2.5%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