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희의 현장에서] ‘수수방관’ 채권단-이통사, 팬택 무너지길 기다리나

입력 2014-07-14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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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택의 정상화 방안 절차가 첫 페이지를 못 넘기고 있다. 팬택에 대한 출자전환 결정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이동통신사 3사(SK텔레콤ㆍKTㆍLG유플러스)와 이들의 답변만 기다리겠다는 채권단이 뒷짐만 진 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오늘(14일)까지였던 이통 3사의 팬택 채권 출자전환 결정 기한을 추가로 연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답변 기한을 시간을 정해 세 차례(4일→8일→14일)나 늦췄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무기한 연기한 것이다.

채권단이 채택한 팬택의 경영정상화 방안 전제 조건이 ‘이통 3사가 1800억원의 채권을 팬택에 출자전환 해야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이통 3사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다. 지금까지 ‘애타는’ 채권단과 ‘손사래 치는’ 이통 3사로 비춰졌다.

그러나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 ‘판’을 보니 산업은행 등 팬택 채권단과 이통 3사 모두 ‘수수방관’ 태도를 고수하고 있는 형국이다.

채권단은 일찌감치 이통 3사에 출자전환 답변을 ‘무기한’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지난 8일, 이통 3사가 정상화 방안 참여의사를 밝히지 않자 팬택은 채권단에 채무상환을 유예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회의를 열고 경영정상화 방안 ‘문건해석’을 통해 이통사 결정 기한을 무기한 연장키로 결의했다. 산업은행, 우리은행, 농협 등 채권단에서 만장일치로 결정을 내린 것이다. 채권단은 이 같은 내용을 이통 3사와 팬택에 전달했다.

팬택은 현재 경영정상화 방안이 채택될 경우 향후 5개년 계획을 통해 회사를 일으킬 방안을 강구해 놓았다. 팬택 이준우 사장은 지난 10일 직접 언론에 나서 “경영정상화 방안대로 시행하면 정상화뿐 아니라 독자생존도 가능하다. 현재 채권단에서 제시한 안이 제대로 이행된다는 전제하에 생존에 문제가 없다고 본다”며 목에 핏대를 세우며 강조했다. 팬택의 2000여명 직원 뿐만 아니라 550여개 협력업체와 8만여명의 협력업체 직원들을 위한 외침이었다.

그런데 정작 팬택의 ‘생살여탈권’을 쥐고 있는 채권단과 이통 3사가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고 있는 것이다. 채권단이 이통 3사의 답변을 전제로 경영정상화 방안을 채택한 것도 이통 3사가 답변을 회피하는 것도 결국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상대방이 먼저 ‘마침표’를 찍고 나오길 바라는 모습이 너무도 역력하다.

팬택은 삼성전자, LG전자와 함께 국내 휴대폰 시장을 이끈 제조업체다. 2007년에 워크아웃에 들어갔던 팬택은 2011년 워크아웃에서 벗어나던 그 해에 3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가운데 해외 매출은 1조6000억원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팬택은 ‘벤처업계의 신화’로 명성을 지켜왔다. 경영난 속에서도 ‘베가아이언2’를 출시하며 재기를 노렸다. “팬택의 기술이 사장될까 우려된다”는 팬택의 목소리에 채권단과 이통 3사가 지금보다 더 귀를 기울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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