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브라질월드컵] '마라카낭의 동화' 쓴 독일의 우승 원동력 5가지

입력 2014-07-1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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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컵을 들고 환호하는 독일 선수들(사진=AP/뉴시스)

독일이 아르헨티나를 물리치고 통산 4번째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다. 1990 이탈리아월드컵 우승 이후 24년 만에 월드컵 우승을 되찾아온 순간이었다.

독일은 14일 새벽(한국시간)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 에스타디오 두 마라카낭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의 결승전에서 연장 후반에 터진 마리오 괴체의 결승골로 1-0으로 승리했다. 남미 대륙에서 우승을 차지한 최초의 유럽팀이 되는 순간이었다.

독일이 4강전에서 개최국 브라질에 7-1로 승리하면서 독일의 우승 가능성은 한층 더 높게 예상됐다. 리오넬 메시가 버틴 아르헨티나지만 독일은 특정 선수에게 의존하지 않는 톱니바퀴 같은 조직력을 바탕으로 결국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독일이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몇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그 중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는 부분은 바로 선수들의 뛰어난 체력이다. 이번 브라질월드컵은 그간 치러진 월드컵 중 가장 어려운 조건에서 치러진 대회로 꼽힌다. 찜통 같은 더위와 억수 같이 쏟아지는 비 그리고 어느 날은 언제 그랬냐는 듯 맑은 날 등이 수십 차례 반복되면서 선수들은 체력 관리에 애를 먹을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코칭스태프 역시 매 경기 후 선수들의 체력 관리에 특별히 신경을 썼고 더운 날에 치러진 경기에서는 전반전 이후 라커룸에서 발을 얼음물에 마사지 하도록 하는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썼다. 브라질과의 4강전에서 손쉽게 승리해 체력적인 부담이 적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는 당시 경기에서 무려 12km를 뛰었을 정도로 체력 소모가 컸다. 매 경기 후 많이 뛴 선수와 상대적으로 적게 뛴 선수들에게 다른 체력 회복 프로그램을 적용해 선수들의 체력 관리에 충실했던 것이 주효했다.

두 번째는 조직력이다. 이번 대회가 개막되기 전부터 우승후보들에 대해 거론할 때 자주 등장한 표현들은 "네이마르의 브라질" "메시의 아르헨티나" "로벤의 네덜란드" "피를로의 이탈리아" "수아레스의 우루과이" 등 특정 선수로 대변되는 대표팀들이었다. 하지만 딱히 독일은 특정 선수로 규정지을 수 없는 팀이었다. 이를 다시 말하면 모든 선수들이 제 몫을 하는 이상적인 팀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네덜란드는 23명의 엔트리를 모두 활용하는 진기록을 세우며 3위에 올랐고 이 중 무려 9명이 한 골 이상을 득점했다. 하지만 독일 역시 18명을 활용하며 이 중 무려 8명이 골맛을 봤을 정도로 득점 분포가 고른 편이었다. 2골 이상 즉 멀티골을 기록한 선수들은 독일 6명으로 3명의 네덜란드보다 많았다.

특정 선수가 부진하거나 컨디션이 저하될 때 혹은 상대 수비에 철저하게 봉쇄될 때 어려운 경기를 펼칠 수밖에 없는 다른 팀들과 달리 경기에 나서는 선수들이 철저한 조직력을 갖추고 있는 점은 이번 월드컵에서 독일이 우승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원동력이다.

세 번째는 선수 개개인의 능력이다. 조직력이 뛰어난 팀은 독일 외에도 적지 않았다. 칠레, 멕시코 혹은 코스타리카 등도 뛰어난 조직력을 과시하며 이번 월드컵에서 인상적인 전력을 자랑했다. 하지만 독일 선수들의 대부분은 바이에른 뮌헨 혹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서 뛰며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같은 큰 무대를 이미 경험한 선수들이다. 개인 기량이 매우 뛰어난 선수들이라는 점이다. 이들이 대표팀에서는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기 보다 팀의 일원으로서 전력을 극대화하는데 노력했다. 개인적인 역량이 뛰어난 선수들이 시너지를 발휘할 때 무서운 조직력으로 탄생한다는 것을 보여준 분명한 예인 셈이다.

네 번째는 약점인 수비진을 강점으로 승화시킨 부분도 성공적이었다. 대회 초반 필립 람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올리며 오른쪽 풀백은 제롬 보아텡이 맡았다. 하지만 독일은 수비 자원들이 느린 발이 항상 약점으로 꼽혔다. 하지만 대회를 진행하면서 람을 오른쪽 수비로 내리면서 전력이 안정됐다. 왼쪽 풀백으로 고정된 베네닉트 회베데스는 사실 소속팀 샬케에서는 주로 중앙 수비수를 맡는 선수로 보아텡까지 오른쪽에 기용하면서 사실상 중앙 수비수 4명이 4백을 구축했지만 이에 따라 스피드가 크게 떨어졌고 후방에서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함에 따라 람을 내렸고 람은 수비수라기 보다 이들보다 앞선에서 공격적인 역량과 수비의 도우미로서 움직였다. 대회 초반 회베데스가 불안하다는 평이 많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보아텡-마츠 훔멜스-회베데스 등이 마치 3백과 같이 수비를 공고히 하고 람이 공격 전개를 위해 올라가는 경우들이 많아지면서 전술의 유연성이 좋아졌다. 4백이지만 람을 적극 활용하면서 4백 같지 않은 4백을 운영한 것이 돋보였다.

마지막으로 마누엘 노이어 골키퍼의 존재다. 현대 축구는 골키퍼가 최종 수비의 역할까지 맡아야 한다고 늘 말하지만 이 역할을 가장 확실하게 수행한 선수가 바로 노이어다. 최종 수비수로서의 골키퍼 교과서를 보여줬다. '가짜 공격수'라는 표현에 빗대 '가짜 5번'이라는 평까지 들을 정도였다. 수많은 선방은 물론 최종 수비수 역할까지 훌륭하게 수행한 노이어를 상대로 골을 넣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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