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무엇인가 해야 한다 -유혜은 사회경제부 기자

입력 2014-07-07 10:58수정 2015-01-13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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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그들을 기억하듯 국민 여러분들도 잊지 말아주시길 바랍니다.”

71일 만에 등교한 단원고 2학년 학생 73명은 가슴 먹먹한 당부를 전했다. 이들의 잊지 말아 달라는 말은 흥미 본위의 관심을 쏟아달라는 뜻이 아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모든 것을 바로잡아,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달라는 절절한 부탁이다.

그러나 참사 이후 어느덧 석 달째를 바라보고 있는 지금도 사고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작업은 갈 길이 멀다.

세월호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구속영장은 오는 22일 효력이 끝난다. “참사의 책임을 묻겠다”고 기고만장하던 검찰은 시간이 지날수록 미궁에 빠지자 잔뜩 풀죽은 모습이다. 수사 개시 이래 ‘측근’과 ‘최측근’만 끝없이 잡아들였을 뿐 포위망은 유 전 회장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 사이 2개월짜리 구속영장의 만기는 코앞으로 다가왔다. 유 전 회장에게 역대 최고액인 5억원의 현상금을 내걸 정도로 부산스러웠던 검찰은 이제 기소중지란 출구전략을 놓고 고민하는 신세가 됐다.

국정조사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마련된 ‘세월호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우려했던 것처럼 정치 다툼의 장으로 변질했다. 지난주엔 한 차례 파행을 겪은 추태까지 보여줬다. 새누리당은 ‘VIP발언’으로 논란이 된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이 특위 위원을 사퇴하지 않으면 이번 주 기관보고 일정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마치 장난감을 사주지 않으면 집에 가지 않겠다고 떼쓰는 어린아이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단원고 학생들은 “나라를 이끄는 모든 어른들이 철저한 진상 규명을 통해 책임자를 엄벌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그렇게 아파했으면서도, 그렇게 실망했으면서도, 아이들은 아직 어른들에게 한 조각 기대를 걸고 있다. 제발 무엇인가 해야 한다.

[정정 및 반론보도문]

위 기사와 관련하여, 유 전 회장 유족 측은 유 전 회장이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주식은 물론, 천해지‧아이원아이홀딩스의 주식을 전혀 소유하지 않았기에 세월호의 실소유주가 아니라고 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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