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부터 4일까지 1박2일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방한한 가운데 그와 함께 온 영부인 펑리위안의 일거수일투족이 화제가 됐다. 특히 단연 돋보이는 것은 펑리위안의 감각적인 의상 선택이었다. 입국 당시 그는 수묵화를 떠올리는 블라우스에 블랙스커트와 크림컬러 재킷을 더해 우아한 동양적인 아름다움을 자아냈다. 특히 둥글게 떨어지는 어깨선과 넉넉한 소매로 디자인된 재킷은 마치 한복을 떠올리게 해 한국에 대한 배려가 돋보였다.
창덕궁 관람 시에는 중국 전통의상 치파오를 연상케 하는 디자인에 백의민족인 한국을 고려한 듯한 화이트 컬러 의상으로 세련된 스타일을 연출했다. 중국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펑리위안은 중국을 상징하는 붉은 컬러 스카프를 더해 다음을 기약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펑리위안의 패션은 일명 패션외교라 불리며 높게 평가받았다. 더욱이 주목할 점은 펑리위안이 자국의 제품을 애용한다는 점이다. 중국의 퍼스트레이디인 그는 자처해 자국 경제와 문화에 자부심을 드러내며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중국의 퍼스트레이디 펑리위안이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도민준을 자신의 남편 시진핑과 비교하고, ‘대장금’을 언급하는 것에서 한류의 영향력과 한국 문화콘텐츠 위력을 새삼 느끼면서도 아쉬운 부분이 존재한다. K팝과 K드라마 등 문화 콘텐츠가 높은 위상을 자랑하지만 그 안에 녹아 있는 K패션은 아직 갈 길이 멀다. 한류를 이끄는 셀렙(Celeb, 셀레브러티의 줄임말)들은 여전히 외국 브랜드와 해외 명품에 강력한 의존도를 보이기 때문이다.
한류문화가 확산되면서 연예인들이 입은 옷과 착용한 액세서리, 가방 등 몸에 걸친 소소한 것 까지 이슈가 되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는 OOO가방, OOO블라우스, OOO신발 등 연예인들의 이름을 수식어처럼 붙여 도배된다. 중국에서 한류 광풍을 만들어낸 전지현이 ‘별에서 온 그대’에서 출연하면서 착용한 의상도 다수가 해외 명품브랜드였다. 지방시, 셀린느, 버버리, 샤넬, 구찌, 발망, 소니아리키엘 등 수 천만원을 호가하는 제품이 줄을 이었다. 집에서 입는 홈웨어도 역시 그랬다. 해외투어로 바쁜 아이돌의 공항패션도 마찬가지다. 국내브랜드뿐만 아니라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도 찾기 힘든 실정이다.
문화외교관으로 꼽히는 한국 연예인들이 몇몇 존재한다. 사실 한류 열풍 속에 있는 스타 모두가 문화외교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신들의 이익관계에 놓인 계약서 조항 이행에 급급하기보다 ‘문화외교관’ 혹은 ‘한류스타’라는 수식어에 걸맞은 책임감과 사명감이 필요하지 않을까. K패션이 한류를 타고 급부상하고 있다. 차세대 한류 문화 콘텐츠로 각광받고 있는 K패션은 국가적 경제창출 효과를 내는 막대한 영향력도 지니고 있다. 한류를 이끄는 스타들은 보다 K패션에 대한 관심과 자부심이 요구되는 때다. 펑리위안이 보여준 패션외교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