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들이 한 달에 두 번 문을 닫도록 강제한 유통산업발전법 의무휴업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이는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12월 대형 할인점업계의 헌법소원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린 지 5개월여 만이다. 대형 할인점 영업규제를 둘러싼 위헌 논란이 재점화된 가운데 쟁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대형마트 3사와 대기업 슈퍼마켓(SSM)업체들은 지난 4월 말, 서울·인천·수원·청주행정법원에 “유통산업발전법 12조2항에 따른 강제 휴무가 소비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해 헌법에 위배된다”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이번 제청은 대형마트와 SSM들이 영업시간을 규제하고 의무휴업일을 정한 ‘유통법에 따른 지자체 조례’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낸 가운데 나온 것이다.
업체들은 “강제 휴무 조치로 소비자의 복리후생은 감소했고, 유통업체의 협력사와 농가의 매출은 줄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정부와 시민단체들은 “상생을 위한 최소한의 규제”라는 입장이다.
서울행정법원은 강동·중량·동작·서대문·영등포구의 소송을 다루고 있다. 청주지법에는 청주시와 할인점 간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의무휴업 규정은 자치단체장이 건전한 유통질서 확립, 대규모 점포와 중소 유통업 간의 상생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대형마트와 SSM의 영업시간을 제한하거나 의무휴업을 명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각 지방자치단체장이 관할 대형마트와 SSM 등에 대해 자정부터 오전 8시까지 영업을 제한하고 월 1~2회 의무휴업일을 지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헌법률심판제청은 진행 중인 재판의 전제가 되는 법률의 위헌 여부에 대해 법원이 헌법재판소에 판단을 요청하는 제도다. 소송 당사자가 재판 중인 사건에 적용된 법률에 위헌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면 재판부에 요청할 수 있다. 재판부가 이를 수용하면 헌법재판소에 위헌 여부를 제청한다.
이에 따라 관건은 이들 법원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수용하느냐 여부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일 경우 판사는 헌법재판소에 위헌 여부를 제청할 수 있고, 헌법재판소는 해당 조항의 위헌성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한편, 앞서 대형마트는 의무휴업 규정에 대해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지만 헌재는 “유통산업발전법 법률 조항 자체로 직접 기본권 침해가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각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