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7월 만기로 추가 계약해야…SI업체 “논란여지 없어…내홍 이해안돼”
SI(시스템통합)업계 관계자들은 국민은행의 전산시스템 교체가 “전혀 문제가 될 만한 사안이 아닌데, 괜히 부풀려지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28일 SI업계에 다르면 IBM의 메인프레임과 유닉스 서버의 경우 장ㆍ단점이 명확하기 때문에 개별업체가 이에 대한 가치를 고려해 선택하면, 전혀 논란의 여지가 없다는 게 업체 관계자들의 일관된 이야기다.
메인 프레임의 경우 IBM의 독점 공급 탓에 가격이 비싼 반면, 모든 시스템을 한 업체가 운영하기 때문에 안정성이 뛰어나다. 또 보안 면에서도 유닉스보다 우위에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유닉스의 경우 개방형 시스템으로 보안 수준은 메인 프레임보다 다소 떨어지지만, 여러 업체가 각각의 분야를 별도로 개발하거나 필요한 부분만을 추가 개발할 수 있는데다, 가격이 IBM에 비해 저렴하다.
이런 특ㆍ장점 때문에 두 시스템을 사용하는 기업의 경우 내부 논의를 거쳐 최종 시스템을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KB금융지주도 이같은 판단으로 시스템을 선정했다고 밝혔지만, 금융감독원은 이번 논란과 관련해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 수뇌부의 계좌까지 조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곧 이번 논란을 보는 내ㆍ외부 시각이 단순 시스템 선정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업계 역시 시스템 선정을 둘러싼 내홍에 대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한 SI업계 관계자는 “시중 은행들이 점차 메인 프레임에서 유닉스로 이동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내부 정치적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또 일각에서는 시스템 결정시 IBM을 의도적으로 배제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국민은행 전산시스템 교체 문제가 장기화하면서, 논란의 발단을 제공한 IBM이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해당 프로젝트 착수가 늦어지면 국민은행은 ‘울며 겨자먹기’로 기존 시스템을 맡은 IBM과 추가 계약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현재 IBM과 내년 7월까지 메인 프레임 사용 계약을 맺은 상태여서, 현재 유닉스로의 전환 작업에 착수하지 못할 경우 IBM과 추가 계약을 맺을 수밖에 없다. 통상 메인 프레임 한 달 사용료가 30억원인데다, 계약기간이 5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IBM은 1800억원의 수익을 올릴 것이 확실시된다. 메인 프레임 사용을 단기로 계약할 경우 한 달 비용은 90억원에 달한다.
이에 반해 국민은행 전산시스템 교체작업에 입찰하기 위해 유닉스 시스템을 준비해왔던 업체들은 수백억원의 기회비용을 잃게 됐다. 이들 업체는 문제가 장기화될 것을 우려해 최근 있었던 입찰조차 응하지 않았고, SK C&C만 단독 입찰했다.
국내 시중은행들은 IBM 메인 프레임에서 유닉스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는 게 전반적인 추세다. 당장 오는 10월 기업은행이 유닉스로의 교체를 예정하고 있는데다, 이미 농협, 외환, 신한, 하나은행은 유닉스 시스템을 사용 중이다. 즉 씨티, SC 등 외국계 은행을 제외하면 IBM 메인 프레임을 사용하는 국내 시중은행은 국민과 우리은행만 남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