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직원 4명중 1명인 8300여명이 명예퇴직을 신청, 안팎으로 뒤숭숭한 분위기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KT는 지난 10일부터 21일까지 신청받은 명예퇴직에 전체직원 3만2000여명의 약 25%인 8320명이 신청했다고 22일 밝혔다. 만약 이들의 명예퇴직 신청을 모두 받아들인다면 단일 기업의 1회 감원규모로는 기업사상 최대규모다. 신청자들이 모두 퇴직한다면 KT 직원은 기존 3만2188명에서 2만3868명으로 줄어든다.
KT는 신청자를 대상으로 23일 인사위원회 심사를 거쳐 30일 최종 퇴직발령을 내린다. 최종 퇴직자는 신청 규모보다 다소 줄어들 전망이지만 회사의 어려운 경영 사정상 대부분 명퇴가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다.
이번 특별 명예퇴직 대상자는 15년 이상 근무자로 특별 명예퇴직금에 이어 특별 위로금, 생년월일에 따른 가산금 등이 부여된다. KT 관계자는 “내년부터 임금피크제가 도입되고 대학생 학자금 지원도 없어지기 때문에 이번 명퇴에 신청자들이 몰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KT 측은 당초 6000여명 정도로 추산했다.
이번 명퇴 신청자들의 평균 연령은 51세, 평균 재직기간은 26년이다. 연령별로는 50대 이상이 69%, 40대가 31%다. KT는 명예퇴직을 신청한 직원에게 퇴직금 외에 최대 2년 치 연봉을 지급할 계획이다. 1인당 명예퇴직금은 평균 1억7000만원 정도로 예상돼 8000여 명 명퇴에 필요한 자금만 1조3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KT는 퇴직자들이 원할 경우 KT M&S, ITS(고객서비스법인)에 2년간 재취업을 선택하도록 했다. 또 퇴직자들이 퇴직 이후의 삶을 설계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1인 영업점’ 창업 지원이나 창업·재취업컨설팅 등 전직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할 방침이다.
한꺼번에 대규모 인원이 감축되면서 회사 안팎으론 어수선한 분위기다.
명퇴를 신청한 한 KT 직원은 “한국통신시절부터 20년 동안 가족처럼 근무한 회사를 떠나려니 가슴이 먹먹하다”면서도 “이미 일부 젊은 인력들이 내 자리에 배치돼 같이 출근을 하는데 눈치도 보이고 부서 분위기도 뒤숭숭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직 정년까지는 6년이나 남았지만 내년에 퇴직 하면 조건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가 있어 올해 회사를 나가게 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KT는 이번 명퇴를 발판으로 경영혁신을 통한 본격적인 수익창출에 나선다. 평균 연령은 현재 46.3세에서 44.5세로 낮아져 젊은 KT로 탈바꿈 하게 된다. 인건비도 매년 7000억원이 절감된다. 하지만 이번 명퇴로 당장 2분기에 비용이 일시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KT경영지원부문장 한동훈 전무는 “이번 대규모 특별명퇴는 KT가 당면한 경영위기를 극복하고 변화와 혁신을 통해 ‘1등 KT’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번에 명퇴하는 동료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현재의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KT는 앞서 지난 8일 노사 합의에 따라 근속 15년 이상 본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특별명예퇴직 시행을 공고했다. KT가 특별 명예퇴직을 단행하는 건 민영화 이후 이번이 세번째다. 2003년에는 5505명, 2009년에는 5992명이 명예퇴직을 신청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