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켐 내부거래 80~90% 육박
귀뚜라미그룹은 1962년 창립한 가정용 보일러 제조업체 귀뚜라미를 모태로 발전했으며 보일러 업계에서 50년 이상의 업력을 자랑하고 있다. 그룹 오너인 최진민 귀뚜라미 명예회장은 슬하에 2남3녀를 두고 있으며 장남인 성환씨가 일찌감치 후계자로 낙점받아 귀뚜라미 경영수업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귀뚜라미그룹은 작년 말 현재 19개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중 하나인 대구방송이 코스닥시장에 상장돼 있다. 19개 계열사 중 오너 일가 지분이 일감 규제안 기준치 이상인 곳은 귀뚜라미(61.78%), 나노켐(52.81%), 귀뚜라미홈시스(61.96%), 센추리(40.83%), 귀뚜라미랜드(52.00%) 등 다섯 곳이며 귀뚜라미와 나노켐 두 곳의 내부거래가 규제치를 초과하고 있다.
그룹 모태이자 주력사인 귀뚜라미는 1992년 2월 설립된 냉난방기구 판매·제조업체다. 최진민 명예회장 외 특수관계인 5인이 61.78% 지분을 갖고 있으며 귀뚜라미홈시스와 귀뚜라미문화재단 등이 20% 안팎씩 지분을 보유중이다.
귀뚜라미는 최근 10년새 자본총액이 629억원에서 7374억원, 자산총액이 1527억원에서 8230억원으로 급성장하는 동안 부채총액은 898억원에서 855억원으로 줄어드는 등 내실있는 성장을 보였다. 이에 자본총액을 기준으로 오너 지분가치가 10배 이상 늘었는데 계열사 간 내부거래가 이를 가능케 했다.
귀뚜라미의 내부거래 수준을 보면 2002~2005년 4년간은 내부거래 비율이 1%가 채 되지 않았다. 내부거래가 급격히 증가한 것은 2006년부터인데, 직전 연도 귀뚜라미의 매출 변화를 보면 2002년 2040억원에서 2005년 1778억원으로 내리막길을 걷던 시기다. 귀뚜라미는 2006년 매출 2023억원 중 27.9%인 564억원을 내부거래로 올렸고 2010년 매출이 2389억원으로 늘어가는 동안 내부거래 비율은 55.8%(2007년), 81.5%(2008년), 80.2%(2009년), 79.9%(2010년) 등 80% 안팎까지 올라갔다.
이후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2011년 증여세 과세 제도가 도입되면서 귀뚜라미의 내부거래 비율은 2011년 77.6%에서 2012년 32.4%, 지난해에는 16.8%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내부거래가 급격히 축소된 최근 4년간 영업이익률을 보면 2010년 8.6%에서 2011년 7.8%, 2012년 6.7%, 2013년 5.1% 등 매해 1% 안팎씩 떨어졌다. 내부거래 비율을 낮추기 위해 매출처를 다변화했으나 그에 따른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나노켐은 1991년 설립된 보일러 관련 부품 제조·판매업체다. 사업영역이 이렇다 보니 만드는 제품 대부분은 귀뚜라미에 납품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며 최근 10년간 80~90% 안팎 수준의 내부거래 비율을 나타내고 있다. 나노켐 주주는 최 명예회장 외 3인이 45.27% 지분을 보유중이며 귀뚜라미(31.38%)와 귀뚜라미문화재단(23.35%)이 나머지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나노켐은 귀뚜라미가 최대 매출처이다 보니 귀뚜라미 실적과 연동되는 모습을 보였다. 귀뚜라미 매출이 감소했던 2002~2005년에 나노켐 매출은 512억원에서 392억원으로 줄었다. 또 귀뚜라미가 매출 2000억원대에서 3000억원을 돌파하는 2006~2013년에는 매출 400억원 수준을 횡보하다 2012년 475억원, 2013년 530억원으로 증가했다. 최근 10년래 내부거래 비율 평균치는 91% 수준이다. 나노켐 역시 안정적인 실적을 배경으로 내실있는 성장을 이뤄 2002년 각각 903억원, 789억원 자산총액, 자본총액이 2013년 두 배 반 가량 늘어난 2158억원, 2003억원이 됐다. 반면 부채총액은 114억원에서 155억원으로 41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