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히든챔피언’ 육성 외치지만 -김정유 미래산업부 기자

입력 2014-04-03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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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히든챔피언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한국에선 여전히 쉽지 않습니다. 중소기업들이 클 수 있는 배경부터 만들어 줘야지요.”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독일 순방을 계기로 뜨거운 화두로 떠오른 ‘히든챔피언’ 육성에 대해 국내 한 중소기업 대표가 꺼낸 한 마디다. 독일 경제를 뒷받침하는 히든챔피언 육성이 한국에서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는 지적이다.

독일의 경영학자 헤르만 지몬 박사가 만든 용어인 히든챔피언은 세계시장 점유율 33% 이상, 평균 매출 4300억원 이상인 강소기업을 뜻한다. 전 세계 2744개 히든챔피언 가운데 독일 기업은 무려 1307개를 차지한다. 대기업이 먹여 살리는 한국과 달리 독일 경제는 수많은 강소기업들에 의해 지탱되고 있다. 한국형 히든챔피언 육성에 박 대통령이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현실은 가혹하다. 현재 히든챔피언으로 분류돼 있는 한국 기업은 불과 23개다. 중소기업인들은 독일에 비해 까다로운 한국의 중소기업 경영 환경에 원인이 있다고 지적한다. 대표적인 것으로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인 50%의 상속세율이 꼽힌다. 공제 요건이 까다로운 것은 말할 나위 없다. 가업 상속공제율이 최대 100%에 달하는 독일의 상황과 대조적이다.

대통령에 충성하듯 앞뒤 가리지 않고 찍어내는 지원 정책도 문제다. 이러다 보니 중복 정책이 많아지면서 정작 혜택이 필요한 기업들이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도 연출된다. 또 넘치는 중소기업에 비해 부족한 중견기업 지원 정책도 성장을 꺼리게 하는 ‘피터팬 증후군’을 만연케 하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중소기업들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게끔 동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서울과 수도권 지역 기업에 편중된 지원책의 분산화도 시급한 문제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오는 7월까지 한국형 히든챔피언 육성 정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행보다. 다만 여러 부처에 얽혀 있는 중복 지원책들은 정리할 필요가 있다. 특정 한 사람에게 보여지기 위한 정책이 아닌, 수많은 중소기업인들이 체감할 수 있는 육성 정책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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