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새 시장 점유율 3.5%P↓…안드로이드 제품 전체 타격 노려
삼성전자는 2차 소송에서 히로시 로크하이머 구글 안드로이드 엔지니어링부문 부사장을 증인으로 신청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의 설계·개발·운영에 대해 증언하도록 할 계획이다. 구글의 개발자가 사실상 제3의 당사자로 직접 참여해 애플과 맞서고 있는 삼성전자의 지원에 나선 것이다.
애플 역시 안드로이드 OS 개발 및 마케팅과 관련이 있는 앤디 루빈 부사장, 겐조 퐁 힝 안드로이드 마케팅 책임자 등 구글의 전·현직 핵심 관계자들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사실상 안드로이드 전체 진영으로의 ‘전선 확대’다.
지난 1차 소송에서 애플은 디자인 특허를 무기로 삼성전자를 공격해 일부 승소했다. 제품 디자인과 아이콘 모양 등에서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과 태블릿 제품이 애플 제품을 베꼈다고 문제 삼았고, 결국 일반인으로 구성된 배심원들로부터 10억 달러에 육박하는 대규모 배상 판결을 이끌어냈다.
2차 소송에서 애플은 삼성전자 제품의 디자인이나 기능에 대한 공격보다는 안드로이드 자체 기능을 공략하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로 애플이 이번 소송에서 대상으로 삼은 특허는 모두 안드로이드의 기본 기능에 해당한다.
애플은 이번 소송에서 일부 철자를 타이핑하면 자동으로 단어나 문장이 완성되는 ‘단어 자동완성’ 기능, 검색 메뉴 하나로 기기 내 모든 자료를 검색할 수 있는 ‘시리 통합검색’ 기능을 대표적인 공격 무기로 선택했다. 이외에도 △여러 종류 데이터 중 특정 데이터를 구분해 실행할 수 있는 데이터 태핑 특허 △데이터 동기화 △밀어서 잠금 해제 등 총 5개 특허권을 무기로 삼았다. 삼성전자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이들 기능을 침해하는 것으로 판결이 나오면, 모든 안드로이드 기기가 침해하는 것이 되는 셈이다.
특히 애플은 구글의 레퍼런스 스마트폰인 갤럭시 넥서스도 이들 특허를 침해한 제품으로 지목했다. 레퍼런스 제품은 순수하게 구글의 소프트웨어만 탑재한 제품이라는 점에서 애플이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직접 겨냥한 셈이 됐다.
애플 창업자 고(故) 스티브 잡스가 생전 인터뷰에서 “안드로이드를 파괴하기 위해선 핵전쟁도 벌이겠다”고 말했듯 안드로이드 제품 전체에 타격을 주려고 소송에 나서는 것이다.
삼성전자 역시 이번 소송에서 1차 소송과는 다른 전략을 들고 나왔다. 1차 소송전에서는 표준특허를 주무기로 싸웠지만, 이번에는 ‘디지털 이미지 및 음성기록 전송’과 ‘원격 영상전송’ 등 모두 비표준 특허를 내세웠다. 표준 특허로는 판매 금지와 같은 치명타를 주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삼성은 안드로이드 진영과 특허 공유로 맞서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구글 시스코 등과 특허 공유 라이선스를 맺었다. 이번 특허 공유는 애플을 중심으로 글로벌 IT 업계가 지나친 특허 싸움을 벌이며 막대한 손실을 입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번 애플의 안드로이드 확전 시도는 오히려 삼성에 이익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미국 기업인 구글이 소송의 전면에 나서게 되면 미국 재판에서 분쟁의 양상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그간 미국에서 발생한 삼성과 애플 소송의 판결 기준에는 자국 기업에 대한 보호가 일부 작용됐다. 삼성전자의 필수표준특허 침해 제소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애플의 일부 아이폰·아이패드 모델에 대한 미국 판매금지 결정을 내렸으나, 오바마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한편, 소송 악재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을 누르고 1위로 올라섰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안드로이드의 점유율은 79%에 달했다. 반면 애플의 iOS 운영체제 점유율은 2012년 18.7%에서 지난해 15.2%로 하락했다. 올해는 14.9%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패드로 부동의 1위를 달리던 태블릿PC에서도 순위는 역전됐다. 시장조사전문기관 가트너가 발표한 지난해 태플릿 판매통계를 보면 애플의 iOS 점유율은 전년의 52.8%에서 36%로 급감했다. 반면 안드로이드를 운용체계로 사용하는 제품의 점유율은 45.8%에서 61.9%로 치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