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마음의 생태학’ 펴낸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
어려운 말 같지만 정신의 깊이를 회복하고 이성을 바로 세우는 궁극적 이유를 간명하게 설명하는 노(老)학자의 일갈이라면 수긍이 되는 문장이다.
김우창<사진> 고려대 명예교수는 마음이 맞는 국내의 여러 학자와 함께 1월부터 ‘문화의 안과 밖’이라는 연속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첫 강연자로 나선 김 교수는 한국사회가 외면적으로는 과거 어느 때보다 번영을 누리는 반면 정신적으로는 ‘폐허’ 상태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때문에 최근 출간된 김 교수의 신간 ‘깊은 마음의 생태학’의 메시지는 그 강연의 연속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 문명이 인간중심주의에 사로잡혀 ‘깊이’를 잃어버렸다는 인식과 그 가운데서 이성과 마음을 성찰해 깊이를 회복하려는 시도가 담겼다는 점에서 정신적 ‘폐허’ 속에서 ‘재건’을 추구하고자 하는 그의 열정이 계속되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김 교수는 “인문과학이 하는 일은 쉬운 도덕적 교화를 주는 일일 수 없다”며 그 과정이 상당한 고통과 자기수련을 동반함을 강조한다.
또한 그는 한국의 역사에서 집단성의 양상을 발견한다. 조선시대 유교체제를 통해 ‘집안의 질서가 국가 질서의 기본’이라는 집단적 이념이 자리잡았고 일제 치하와 민주화 투쟁을 거치면서 개인보다 집단을 강조하는 정치적 움직임이 있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개성적인 것만이 보편성에 가까이 갈 수 있고 또 보편적인 것만이 개성적인 것에 가까이 올 수 있다”며 ‘문학적 상상력’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즉 ‘자신의 현실적 이해관계와 단절하고 주체의 관점을 자신에서 대상으로 옮기는 힘’이라는 점에서 문학은 ‘대상과 타인에 대한 섬세한 공감과 지각의 명료함을 지켜주는 일정한 거리를 보여주며 지각적 균형을 갖게 하는 도구’라는 것이다.
출판사도 인정하다시피 이 책은 매우 ‘난해하고 복잡’하다. 그도 그럴 것이 팔순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노(老)학자가 문학, 철학, 경제학, 사회학, 수학, 사회학 등 온갖 분야를 넘나들며 펼쳐낸 사유의 결과물이 ‘내면적 탐구의 고통’ 없이 술술 읽히기를 기대하는 것도 어쩌면 무리다.
한편 이책은 2부로 구성됐다. 1부 ‘깊은 마음의 생태학’은 김 교수의 2005년 한국학술협의회 연속강좌 ‘마음의 생태학’ 원고를 가필이나 수정 없이 묶었다. 2부 ‘인간중심주의를 넘어서’는 다른 곳에 기고한 글 등을 모은 것이다. 윤리와 이성이 집단화이념화한 결과 삶의 구체성이 파괴되는 현실을 우려하면서도 마음과 이성에 대한 신뢰를 끝까지 놓지 않는 그의 관점이 일관되게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