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의사협회에서 전혀 다른 내용의 메일을 하나 더 보내왔다. 메일에는 “의사협회 협상단이 복지부에 이용당한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의사협회 노환규 회장이 전면적으로 협의 내용을 부인한 것이다. 합의문에 대해서 발표 전날인 17일 오후 의협에서 찬반투표를 통한 비준(22명 중 15명 찬성)이 이뤄졌다. 그럼에도 노 회장은 나홀로 “협상단이 구체적 실행계획이 빠진 합의안에 찬성할 줄 몰랐다”고 전했다.
뒤이어 복지부와의 협상에서 의사협회 대표로 나섰던 임수흠 단장(서울시 의사회장)도 기자회견을 열어 “(원격진료에) 합의한 것은 아니었다”고 발표했다. 결국 의사협회는 정부와의 협의 결과와 상관없이 의사협회 회원투표를 통해 총파업을 결정하기로 했다.
무려 6차례 회의 끝에 내놓은 합의문은 뚜렷한 성과 없이 해프닝으로 전락되는 분위기다.
노 회장과 임 단장의 이같은 행동에 대해 일각에서는 현재 회장과 차기 유력한 후보 사이에서 협회 내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의료계 안팎에서 개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의사들의 통합을 이끌어 국민의 건강한 삶을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문제를 만들어 키우고 있어서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의사들 본인들의 이해 득실만 따지다 자칫 총파업이 현실화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보게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의협이 내분에 휩싸이고 결국 총파업 투표를 결정하면서 ‘공공성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의료발전 추구’라는 의료계 활성화 논의는 길을 잃었다. 의사협회는 이익단체이기에 앞서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공익단체임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